[진료실 풍경] 캣맘과 조류보호단체의 화해?

입력 2022-09-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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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세계관의 교집합 찾기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아니 모시는(?) 집사다. 원래는 강아지 파였으나, 막내딸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 모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여가시간에 고양이 동영상을 보며 소위 힐링을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진료 중 길고양이를 보살펴 주는 캣맘들을 종종 만나는데, 상담 주제를 잠깐 이탈해 고양이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 ‘야생조류관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청년을 상담하게 되었다.

“새를 보호하는 일을 하시다니, 정말 보람 있고 훌륭한 일이네요.”

“원장님도 새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아뇨. 전 고양이 마니아라….”

“고양이! 전 세계 새 멸종 원인 1위가 고양이 놈들 때문이란 거 아시나요? 북미 지역에서만 한 해 25억 마리 이상의 새가 고양이에게 살해당한다고요! 가정묘 외의 모든 길고양이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동물이에요. 그런데, 그 망할 놈의 캣맘인가 하는 것들이!”

그때, 그동안 길고양이에 대해 가져 왔던 나의 세계관의 한쪽 귀퉁이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 캣맘과의 면담 시간에 그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군요!”

그 후 여러 번의 면담에서 두 세계관의 교집합을 찾아 준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장점은 자신과 같은 생각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어 그들에게 공감을 받고, 서로 대화가 통해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한 그 장점이 큰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바로 자신들의 생각이 더욱 강화되고, 다른 생각하는 집단과의 대화와 교류가 더욱 단절되어 간다는 것이다.

한때, 이는 호모사피엔스의 타고난 속성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좌절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최근에 이에 대한 해결법이 발견되어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캣맘들과 조류 보호단체가 화해하는 그날을 꿈꾸며.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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