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전년 실적 못미쳤지만
7~8월에 수주 잇따르며 '반등'
중동서만 20억 달러 가까이 급증
亞·북미·유럽 등 전지역 성장세
업계 "연말까지 500억 달러 기대"
올해 상반기 주춤했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하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고유가에 힘입어 중동 지역의 발주가 늘어나면서 국내 건설업계는 연 500억 달러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209억6995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수주액(163억3901만 달러)보다 28.3% 늘어난 금액이다. 수주 건수도 356건으로 전년 동기(323건)보다 10.2% 증가했다.
해외수주액은 상반기만 하더라도 120억3972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147억4676만 달러) 대비 18.3% 감소한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후 7월 174억568만 달러, 8월 182억9653만 달러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 수주가 83억9520만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40.0%를 차지했다. 이어 △중동 61억8020만 달러(29.5%) △태평양·북미 28억6242만 달러(13.6%) △유럽 25억4695만 달러(12.1%)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중동 지역의 수주액 증가세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 수주 규모는 3월 3억2068만 달러로 작년 동기 실적(33억8993만 달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사실상 중동 지역의 수주 가뭄이 전체 시장 부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유가로 중동 지역 수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6월 배럴당 117달러를 돌파한 뒤 안정세에 접어들어 현재 92달러대까지 내려왔다. 고유가로 오일머니를 확보한 중동 국가들은 발주를 늘리고 있다.
정부 역시 중동 지역 인프라 건설 공사 수주를 위해 금융·외교 지원 등 최대한의 지원에 나선다. 중동은 고유가·재정 흑자 등으로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유망 인프라 투자 고객 국가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값진 결실을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5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수출이다.
한수원은 2017년부터 엘다바 원전 발주사인 이집트 원자력청과 협의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 Atomstroyexport JSC(ASE JSC)로부터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사업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 이집트를 설득하는 노력을 펼친 끝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발주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수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한 일감은 동남아 지역이 대부분이라 태평양·북미 등 다른 지역 수주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건설투자를 늘릴 수도 있지만, 우리 기업이 수혜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중동 산유국의 인프라 및 원전 시장 활성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도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