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에서 투자 얘기는 즐겁지만, 약세장에선 별다른 대화 거리도 찾지 못한다. 어떤 자산보다 기복이 심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최근 지지부진한 장세 속에서 뚜렷한 호재 없이 거시 경제 상황에 휩쓸리고 있다. 이더리움 업데이트 이후까지 앞두고 있어 시장 전망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사상 최대의 업데이트를 추진 중인 이더리움이 필수 작업 두 개 중 하나가 성공했다. 이더허브 공동 창업자에 따르면 이더리움 병합(Merge·머지) 지원을 위한 벨라트릭스 컨센서스 레이어 업그레이드가 6일 완료됐다. 벨라트릭스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합의 계층 업그레이드로 체인을 준비하는 병합 1단계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는 머지 트리거로 불리는 파리(Paris) 업그레이드로 16일 전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더리움 업데이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주일 안에 채굴이 완전히 종료되는데, 이더리움클래식 투자자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이더리움클래식 채굴로 전향하면, 총 난이도인 해시레이트가 증가한다. 해시레이트가 높다는 건 네트워크가 더 건강해진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호재로 인식한다.
이더리움클래식 해시레이트는 47.30TH/s(테라해시/초, 8일 오전 10시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이더리움이 업데이트가 안착하면 당분간 이더리움 클래식의 채굴난이도 상승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더리움POW(ETHW)가 출범을 준비 중이지만,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클래식 다음 채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레이븐코인이 있지만, 현재 추세로는 전세가 역전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점유율을 뜻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의 40%가 붕괴했다. 올해 초 잠시 40%를 내준 이후 48% 이상까지 치솟았는데, 6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며 다시 40% 이하로 떨어졌다.
대게 하락장에서 비트코인 점유율은 오르고, 상승장에서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외 모든 코인)의 변동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알트코인은 강세장에서 상승률이 높은 만큼 약세장에서 하락률 또한 높다.
2018년 1월 13일 역대 최저점인 35.41% 이후 최근 비트코인 점유율은 40%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이번에도 과거처럼 반등한다면 시장 전반의 약세가 예상되며, 40% 밑에서 추가 하락한다면 알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남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 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 내 비트코인의 시총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자산과의 상관관계(동조화)가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은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동조화)가 강화되면서 최근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트코인은 매크로(거시) 기반이 될 것이며, 나머지 코인들은 기술 기반으로 평가되면서 비트코인과의 상관관계가 약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서 자산 폭락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란 비관론과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낙관론이 공존한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트위터를 통해 가상자산이 붕괴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 붕괴, 밈 주식 폭락 등을 거론하며 “가상자산 붕괴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실제 모델이자 전직 주식 중개인인 조던 벨포트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비트코인이 사기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고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며 “당시 비트코인을 충분히 자세하게 알지 못했고, 이는 오해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비트코인이 폭락했을 때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가치 저장 수단이 돼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