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정폭력 피해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뒤집고 일부 무죄 판단을 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2부(재판장 전연숙 부장판사)는 상해·폭행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A 씨의 네 차례 폭행·상해를 모두 유죄로 보고 100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그중 세 차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A 씨는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인 남성이다. A 씨는 잔소리를 하고, 잘난척을 하며 잠을 깨웠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목을 잡아 바닥에 넘어뜨리고 머리를 잡아 끄는 등 네 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폭행당한 이후 A 씨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면서 '멍이 빠지지 않는다'면서도 애정표현을 했다"며 "이를 삭제하고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한 행동은 구타로 얼굴·몸에 멍이 들어 한 달이나 출근하지 못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행동이 '가정폭력 피해자'답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A 씨에게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울면서 한 말을 보면 목을 졸리고 명치를 맞는 등의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후의 것이라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상해 사진 역시 피해자의 신체라고 확인하기 어렵고, 얼굴의 멍 자국 역시 피부 시술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봤다.
반면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A 씨의 행동은 공격의 의사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 얼굴의 멍 자국 역시 피부 시술로 인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진 역시 폭행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