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보내던 밸모럴성에서 별세
바이든 “군주 이상, 시대를 정의” 애도 성명
15명 영국 총리 거치고 냉전ㆍ베를린 장벽 붕괴ㆍ브렉시트 등 격동의 역사 목격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이날 오후 여왕이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여왕은 70년 7개월의 재위 기간으로 영국 최장 집권 군주이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역사와 함께하면서 서거 직전까지 정력적으로 공무에 임했다.
그러나 여왕은 지난해 4월 70년 넘게 해로한 남편 필립공과 사별하면서 쇠약해졌으며 올해 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다.
여왕은 예년처럼 밸모럴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이었으며 6일에는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왕실은 여왕이 의료진의 휴식 권고로 저녁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건강이 우려스럽다는 전갈을 받은 찰스 왕세자 부부와 앤드루 왕자 등 왕실 가족들이 일제히 밸모럴성으로 모이고 BBC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는 등 여왕의 서거에 대비했다.
버킹엄궁은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찰스 3세는 성명에서 “친애하는 나의 어머니인 여왕의 죽음은 나와 가족 모두에게 가장 큰 슬픔”이라며 “애도와 변화의 시간에 영국과 영연방 전역에서 보내는 여왕에 대한 존경과 애정에 우리 가족들이 위안을 받고 견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여왕이 70년간 위엄과 품위를 가지고 영국을 이끈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여왕은 대영국의 정신이었고 그 정신은 계속될 것이다. 큰 상실의 날이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의 추모 메시지도 쏟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역사를 만들었던 70년 재위 기간은 전례 없는 인류의 진보와 인간 존엄의 전진을 증명하는 기간이었다”며 “여왕은 군주 이상이었고 시대를 정의했다”는 애도 성명을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는 그를 프랑스의 친구로 기억한다”며 “그는 그의 나라와 그의 세기에 지속적으로 감명을 준 따뜻한 마음의 여왕이었다”고 기렸다.
찰스 3세 부부는 9일 런던으로 자리를 옮기며 영국 정부는 ‘런던브리지 작전’으로 명명된 여왕 서거 시의 계획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통에 따라 관리들이 버킹엄궁 문에 여왕의 죽음을 확인하는 통지서를 놓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세인트폴 대성당의 종은 9일 울려 퍼지게 된다. 여왕 서거 후 10일째 치러지는 국장에서 추모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즉위하고 나서 서거하기까지 6일 임명한 트러스를 포함해 15명의 총리를 거쳤다. 냉전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 유럽연합(EU)의 발족, 영국의 EU 가입과 탈퇴인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를 군주로서 지켜봤다.
특히 여왕은 영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였다. 분열과 대립이 심화했던 브렉시트 이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을 설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나의 마음과 기도가 함께 있다”고 국민을 위로했다.
여왕의 개인적 인기는 최근 몇 년간 영국에서 군주제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FT는 평가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최근 조사에서 70% 이상의 영국 국민이 여왕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