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5명 포함 7명은 ‘불구속’ 기소
“전익수, 군검사에 위력…지위 남용”
유족 “특검 결과 아쉬움 없지 않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하 ‘특검’)가 13일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총 8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들 중 구속은 단 1명에 그쳐 15명을 기소하고 3명을 구속시킨 국방부 수사 결과에 비해 사법처리 범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은 9일 전익수(52‧장성)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장교 5명을 비롯해 군무원 양모(49) 씨, 가해자인 장모(25) 전(前) 중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전 실장에 적용된 범죄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 강요 등)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특검은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 원본 파일을 조작해 군인권센터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35)를 구속 기소했다. 군인권 활동단체에서 공개한 ‘군 검사들 대화 녹취록’ 및 녹음파일의 진정성‧신빙성을 수사한 결과, 오히려 이런 증거들이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에 의해 위조된 사실을 규명해 해당 변호사를 증거위조‧위조사문서행사‧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특검은 올해 6월 5일 수사 개시 이후 164명을 조사했다. 국방부, 군사법원, 공군본부, 20비행단,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사무실 등 18회의 압수수색에 나섰다. 디지털 포렌식까지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5일과 17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군무원 양 씨와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사퇴를 막고자 고(故) 이예람 중사(이하 피해자) 사망 원인을 왜곡한 혐의를 받는 공보정훈실 A(45) 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꺾이는 듯했다.
같은달 11일 수사기간 30일 연장을 승인받은 특검은 △20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피해자의 직속 상급자들)의 피해자 사망 전 2차 가해 등 범죄 △피해자 사건을 송치 받은 20비행단 군 검사의 직무유기 등 범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장 전 중사의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범죄 등을 밝혀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 부검에 따르면 피해자가 이전에 없던 자살위험이 강제추행 직후 발생해 급격하게 고위험군에 이르렀고, 제15특수임무비행단 전입 뒤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경험하며 심화한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자살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방부 검찰단 수사 당시 공무상비밀누설로 입건 후 ‘혐의 없음’ 처리된 군무원 양 씨에 관한 증거를 보강, 여죄를 모두 규명했다. 누설 정보가 제공된 전익수 실장은 양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무실장 본인을 직무유기로 수사 중인 군 검사를 상대로 ‘자신이 군무원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는 등 계급 및 지위에 따른 위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특검은 전 실장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특가법상 형사책임을 물었다. 20비행단 군 검사는 육군 소속이어서 공군 소속인 전 실장과 ‘상하관계’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태승 특검보는 이날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특검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전 실장에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국방부 수사 이상 다른 혐의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전 실장에 적용한 특가법상 면담강요란 새로운 범죄사실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법무실장이 군 검사에게 전화한 내용은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에 내가 지시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지’ 물어본 것에 불과하다”면서 “특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소에 매우 유감을 표하며, 끝까지 무죄임을 밝힐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검 출범 이전 국방부가 120일 동안 검찰단과 특임군검사를 통해 관련자 79명을 조사한 끝에 15명을 기소(구속 3명, 불구속 12명)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특검까지 8개월째 이어진 수사에서 전체 23명(구속 4명, 불구속 19명)이 기소된 셈이다.
특검 수사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안미영 특별검사는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의 경우 ‘이중 기소’ 문제가 있었다”며 “국방부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약 5만 페이지 기록을 인계받았고, 수사는 국방부 조사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자 전부에 대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향후 철저한 공소유지로 피고인들 각자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끝으로 꽃다운 나이에 품었던 꿈을 채 펴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이예람 중사의 명복을 빌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중사의 유가족과 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특검 수사 결과에 아쉬움이 없지 않다”면서도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으로써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과정 전반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