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향후 5년간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데, 이 중 비수도권 광역·자치시와 8개 도에 각각 52만 호, 60만 호의 공급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방에 광역시 쇠퇴 구도심 위주로 8만 호 규모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신규택지 후보지도 발굴한다. 수도권·지방의 주거 수요가 높은 곳을 지정하되 산업단지, 도심·철도 인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적정 규모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 주거환경 열악 지역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간 수도권 위주로 추진되어 왔던 공공재개발, 공공도심복합사업 등을 지방의 사업 여건에 맞춰 개선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지자체와의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신규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특·광역시 등이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하여 구역 지정 소요 기간을 단축하도록 하였다. 안전진단에 있어서도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지자체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조안전성 평가항목 배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적으로 받아 왔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 요청 시에만 시행토록 하였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8월 26일 국토부와 17개 광역시·도의 주택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주택정비 협의체’를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이다. 이 협의체를 통해 이번 대책의 핵심과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협의체 위원장은 국토부 주택정책관(국장)이 맡고, 위원으로는 국토부 주택정비과장과 17개 광역시·도 담당 부서 과장급이 참여한다. 매달 1차례 정기회의를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급성을 요하는 경우에는 수시 회의 등을 통해 상시 협력체계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협의체는 정부가 8·16대책에서 도입한 ‘정비구역 입안 요청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 부담금 감면 등의 후속 방안을 논의한다. 안전진단 기준과 관련하여 구조안전성 배점 하향, 지자체에 배정 조정 권한 부여 등의 개선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발표에서 미루어 두었던 재건축 부담금의 경우 면제금액 상향과 부과율 구간 확대 등 부과 기준 현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장기보유자 부담금 감면 등 합리적인 감면 수준에 대해서도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다.
관건은 협의체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정부의 정책을 하향식으로 전달하면서 협력적 절차 과정의 모양새만 갖추게 된다. 또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해 지역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지자체와의 협력 강화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체에 17개 광역시도 담당 부서 국장급이 참석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대책과 병행하여 제3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23∼2032)을 수립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방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2013∼2022)을 살펴보면 ‘국민 누구나 집 걱정 없는 더 나은 주거생활’이라는 비전 아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주거권 보장,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 조성,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3대 정책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5대 정책방향 중에 ‘주거정책의 공공성 강화와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천과제로서 ‘지방분권형·민간협력형 거버넌스 구축’이 담겨 있다. 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는 지방분권형 거버넌스 구축이 더욱 실질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주택 시장은 금리 인상이라는 높은 파고 속에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공급과 금리라는 양날의 칼에 휘둘려 왔던 불안정한 주택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협력과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