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붐에 시장성 보여…가성비 브랜드부터 프리미엄으로 확대
아모레퍼시픽이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지난 2014년 최고가 브랜드의 일본 철수로 자존심을 구겼던 아모레퍼시픽이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에 이어 라네즈까지 일본에 공식 진출하며 현지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한류 붐으로 한국식 스타일과 화장법이 일본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고, 중국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야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다. 가성비 브랜드부터 시작해 프리미엄 급으로 가격대를 높이는 전략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가 전날 일본 아토코스메 온라인과 아토코스메 도쿄 하라주쿠점에 공식 입점했다고 15일 밝혔다.
아토코스메(@cosme)는 리뷰 기반의 일본 최대 뷰티정보 플랫폼이다. 최근 도쿄 하라주쿠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cosme TOKYO’를 여는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충하며, 온·오프라인을 잇는 O2O 전략을 펼치고 있다. 라네즈는 공식 진출 전부터 현지 리뷰 플랫폼 LIPS에서 ‘네오쿠션’과 ‘립 슬리핑 마스크’가 카테고리 1위에 오르는 등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에뛰드’를 현지서 론칭하며 일본 공략에 적극 나섰다. 이어 2018년에는 ‘이니스프리’를 선보였다. ‘이니스프리’의 올 상반기 일본 내 온·오프라인 매장은 90여 개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리뉴얼한 그린티 라인 화장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라네즈’는 아모레가 일본에서 공식 판매하는 세 번째 브랜드다. 기존 ‘라네즈’는 ‘이니스프리’나 ‘에뛰드’ 보다 가격 대가 높아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역직구 형태로 에스트라는 작년 하반기 큐텐 일본 역직구 채널에 론칭돼 6개월 만에 매출이 400% 이상 증가했다. 올해 5월에는 라쿠텐과 일본 아마존에 브랜드관을 선보여 현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존에 큐텐과 라쿠텐, 아마존에서 고객 구매시 배송 기간이 10일 이상 걸렸지만, 올해 4분기부터는 1~3일로 단축해 즉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현지 풀필먼트 배송 서비스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 붐이 일었던 2006년 론칭한 최고가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P) 매장을 현지 진출 8년 만인 2014년에 철수하는 등 일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세이도와 SKII 등 현지 고가 브랜드 위상이 높고, 저가 브랜드도 자국 상품을 애용하는 보수적인 분위기로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BTS와 트와이스 등 K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이태원클라쓰’ 등 K콘텐츠의 일본 내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식 화장법과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뷰티업체의 일본 수출은 상승세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향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2018년 3억365만 달러에서 2019년 4억242만 달러로 32.5% 늘었고, 2020년에는 6억3924만 달러로 2년만에 약 2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억8412만 달러로 늘었고, 올해 6월 누적 수출은 4억1079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8억 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2018년 4.8%에서 2020년 8.4%로 상승햇다. 지난해에 일빈 비중은 8.5%를 기록했고, 올해 6월 누적 10.1%로 두자릿 수를 넘겼다. 최근 전체 수출 중 절반에 달했던 중국향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수출 비중 11.0%)보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다른 뷰티 업체들도 일본 공략에 적극 나섰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5년 미샤의 쿠션을 론칭해 최근 단독매장에서 드럭스토어와 H&B(헬스앤뷰티), 버라이어티숍 등 약 2만3000개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2020년 첫 선을 보인 어퓨는 트와이스 멤버 사나와 다현을 모델로 발탁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 영향으로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443억 원으로 전년(387억 원) 대비 17.7%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6.1%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인수한 일본 자회사 긴자스테파니와 에버라이프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6월 일본에 진출한 휴젤은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Wellage)를 내세워 이세탄백화점과 본 유명 온라인 쇼핑몰 Q10과 라쿠텐 등에 입점해 마케팅 펼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해외 소비자를 대상의 글로벌몰에 현지 고객 접근 편의성 강화를 위해 일본어 서비스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