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의 노동직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 양산법

입력 2022-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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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요즘 경영계에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노조가 생산시설을 불법 점거해 회사에 손실을 끼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현재 노란봉투법은 모두 6건이 발의된 상태인데, 이 중에는 ‘폭력·파괴 행위가 있어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라면 손해배상·가압류가 금지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경제단체장들은 국회를 방문해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법개정 작업이 철회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면죄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의 불법파업은 회사 측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일들을 평상시에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억지 논리까지 펴고 있다. 하지만 불법파업은 노동기본권 확보 차원에서 벌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동안 이념투쟁, 강경투쟁을 벌이며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은 비교적 처우가 좋고 기본권이 보장된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다. 이들은 합법, 불법 가리지 않고 강경투쟁을 벌이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켜왔다. 노조 설립 이후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여온 현대차·기아 노조는 국내 생산직 가운데 최고의 임금을 받는데도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벌였다. 화물연대는 근로자가 아니고 사업자 신분이어서 노동3권이 보장돼 있지 않는데도 불법 점거농성까지 벌이며 제 몫을 챙겼다. 민주당은 손배청구를 반대하지만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대통령 때도 정당성을 결여한 노조파업에 대해선 손배·가압류 등 경제적 제재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것보다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노동인권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취지에서다.

불법파업에 대해 면죄부를 줄 경우 노동현장은 불법파업을 양산하며 파업 천국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50일간 생산시설 불법 점거 농성을 벌였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도 불법파업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가 있었다면 쟁취 불가능한 임금 30% 인상을 계속 고집하며 더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파업을 벌였을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 기승을 부렸던 생산시설 기물파손, 화염병 볼트너트 투척, 크레인 고공농성, 회사 임원 폭행 등과 같은 과격행위가 그나마 줄어들 수 있었던 것은 손해배상 책임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배상은 노조의 무분별한 행동을 막아주는 방패막이로 인식되지만, 노조 차원에서는 노동 천국을 가로막는 애물단지인 셈이다.

노조에 손배청구를 제한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만이 손해배상 상한선을 정해 놓고 있을 뿐이지만 노조의 면책요건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선 불법파업을 벌이면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 불법파업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 대중교통노조(TWU)가 2005년 임금 24% 인상(3년치)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을 때 뉴욕시의 대응은 불법파업 제재에 대한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파업이 불가능했던 TWU가 불법파업을 강행하자 뉴욕시는 곧바로 법원에 파업금지 가처분 및 벌금부과 신청을 냈다. 법원은 신청을 받자마자 심리에 착수, 노조 파업 하루당 1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렸고 파업노조원 전원에게 파업일수 하루당 이틀치의 임금을 내도록 명령했다. 350만 달러의 파업기금을 보유하고 있던 TWU는 거액의 벌금형을 받자 3일 만에 백기투항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불법파업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TWU에서 지금껏 파업은 목격되지 않고 있다.

불법파업의 대가가 어떤지를 확실히 깨닫게 해야 무분별한 투쟁이 사라질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불법파업 조장법’을 주도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당이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노란봉투법 추진을 철회하고 무책임한 독점집단인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upy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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