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복합위기가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최근 3개월 사이 실적 전망이 나온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15조 원 가량 줄었다. 절반 정도의 상장사들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특히 디스플레이 및 관련 부품, 게임 소프트웨어, 반도체, 증권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상장사 256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224조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인 6월 중순 전망치(239조2248억 원)와 대비해 6.4%(15조2194억 원) 낮아진 수치다. 1개월 전인 8월 중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229조3202억 원) 대비해서는 2.3%(5조3148억 원) 감소했다.
전망치를 낸 상장사 중 절반에 가까운 곳에 대해 증권사들이 기대감을 낮춘 모습이다. 증권사 3곳 이상이 3분기 실적 전망을 낸 국내 상장사 256개 중 47.6%(122개)가 3개월 전 대비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춰 잡았다. 여전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8.9%(23개)로 집계됐다. 적자전환 8개, 적자확대 10개, 적자축소 5개 등이다. 반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여 잡은 곳은 42.9%(110개)에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디스플레이 및 관련 부품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제시된 디스플레이 종목 5개 중 4개의 전망치가 3개월 전 대비 낮아졌다. 서울반도체의 전망치가 30.0% 하락하며 가장 큰 하향폭을 나타냈다. 덕산테코피아(-12.2%), 덕산네오룩스(-9.7%)도 전망치가 낮아졌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종은 높은 재고 및 낮은 출하율에 이익 개선세가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방적인 수요 부진으로 3분기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업종도 10개 종목 중 8개에 대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됐다. 펄어비스(-90.9%)와 넷마블(-87.6%)의 하향 폭이 컸다. 컴투스(-45.0%)와 엔씨소프트(-19.9%)도 기대감이 떨어졌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은 11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하향 조정됐다. 유진테크(-33.2%), 원익IPS(-29.5%), SK하이닉스(-27.7%), SFA반도체(-17.1%) 등이다.
주식 시장 약세와 위험자산 투심 약화의 영향으로 증권사 6개 종목도 3개월 전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졌다. 한국금융지주(-16.4%), NH투자증권(-14.5%), 키움증권(-14.4%), 삼성증권(-14.2%), 미래에셋증권(-11.1%), 메리츠증권(-1.2%) 등 순이다.
최근 물가와 금리, 환율이 일제히 치솟은 현상이 금융과 실물 영역을 악화시키면서 기업 실적에까지 손길을 뻗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연구위원은 “금년 들어 글로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문제가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 우려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물가와 금리, 환율 모두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서 머물만한 자체 동력이 생긴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물가는 공급충격 일부 완화 등에 의한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징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확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 고물가 국면을 장기화시킬 요인이 산적했다”며 “단기금리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에 기반한 추가 상승 여지가 있고, 미 달러화는 추후 연준의 통화긴축이 완화되더라도 경기침체 환경에서도 강세를 지속할 수 있는 안전통화로서의 지위를 갖추고 있어 큰 폭의 약세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