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1기 신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나려면?

입력 2022-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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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1991년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일산, 분당, 평촌, 중동 및 산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 및 특별법 제정 등 선거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1기 신도시는 오래된 배관에서의 누수, 이로 인한 누전 발생 및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 측면에서 불편함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시환경이 나무, 공원, 호수 등과 같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매우 성숙해져 살 만한 도시가 되었는데, 이러한 매력들을 다 없애는 철거 중심의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구옥이라도 자가주택을 마련하려 발버둥을 치는데, 누구는 좋은 도시환경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단지 오래되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시력 저하, 관절 불편 등 신체적 노화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인공 수정체 및 관절 등으로 대체하여 일상생활을 다시금 영위하다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도시도 사람과 비슷해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하거나 침체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쇠퇴한 지역과 도시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버리기보다는 재사용하고자 1976년 도시재개발법,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005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을 통해 노후화된 도시기능을 회복시키며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유사한 생명을 가지고 있는 도시를 보면서 도시지리학자인 제임스 밴스(James Vance)는 1966년 ‘시작→배척→분리→확장→복제→조정→재생’이라는 7단계의 도시 생애주기 모델을 제시하였는데, 지금의 1기 신도시는 이 모델의 마지막 단계인 재생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그동안 자의보다는 타인들에 의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2018년에는 정부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로 인해 반대집회를 했었고, 지금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합회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안전진단 폐지 등 특별법 제정, 내년 상반기 내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요구하면서 용산, 여의도 및 세종시를 찾아가 정부 약속 조기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나름대로 그동안 잘 살고 있었는데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자본, 경제적 자본 및 상징적 자본들이 상호 경합하면서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이라는 이유로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정권 안정을 도모하였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 및 권위에 도움을 얻기 위한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으로 정치적 자본화되었다. 또한 1기 신도시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침체한 건설 산업 및 경기를 부양하고 관련 업계의 이익 추구와 고용 창출을 도모하는 경제적 자본화 및 재건축을 통한 도시공간 개선을 통해 1기 신도시로서 가졌던 명성을 다시 한번 유지하려는 상징적 자본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도시의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1기 신도시는 재정비라는 단계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만 남아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중앙정부, 경기도, 공공기관에 오래전부터 1기 신도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작동하는 후진적 도시정책 수립을 이번에도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 1기 신도시를 언제 재정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만 남았기에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고려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1기 신도시는 이미 꽉 짜인 도시공간을 가지고 있어 인구 증가로 인한 하수 및 쓰레기 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과 기반시설의 증설 및 설치를 어디에 얼마만큼 할 수 있는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3기 신도시들도 현재 이와 유사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하물며 여유 부지가 절대적으로 없는 1기 신도시는 이를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면 입주할 때까지 조합원이나 세입자들이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들을 위한 충분한 이주대책 수립이 가능한지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재건축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전세 및 월세시장 붕괴 및 주택가격 상승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불 보듯 명확하기 때문이다. 셋째,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별 진행 순서 및 도시기반시설 분담 순서에 대한 조합별 사회적 약속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과거 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조합들이 서로 먼저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여 단계별 사업추진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었다. 넷째, 재건축은 전면 철거방식으로 수많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비롯한 폐건축자재 발생이 엄청날 것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가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폐자재를 건축 현장에서 일부 재활용하고 있지만, 많은 자재가 매립될 수밖에 없어 환경문제 유발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수도권에서도 쓰레기 매립장 부족 등 지자체 간 다툼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재건축 시 종전 가치와 종후 가치 평가를 통한 비례율을 바탕으로 관리처분 과정을 하게 되는데, 부동산경기가 좋거나 입지가 좋은 사업장을 제외하고 동일평형으로 입주하기 위해선 추가 분담금을 내거나 지금보다 작은 평형에 입주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고려될 사항은 무수히 많지만, 마지막으로 짧은 기간에 쫓기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종합 계획이 수립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1기 신도시 주민 및 전문가, 그리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서, 지금이 아닌 차기 정부에서 시행되더라고 미래지향적이고 30~50년을 내다본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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