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겜 "개인 선택" 분위기 급랭
즉각 사과했지만 유저 등 돌려
"이용자 권익 침해 반복 문제
게임사, 유저 파트너로 인식을"
‘우마무스메 사태’가 두 차례 사과문과 마차시위, 이용자 간담회 등을 진행했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비정상적인 게임 운영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 카카오게임즈가 ‘개인의 선택’이지 피해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이용자 일부는 준비 중이던 소송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와 정치권은 ‘K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가 터진 것이라면서 이용자를 게임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트너’로 대해야 하는 시대가 된 만큼, 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정기미 ‘우마무스메 사태’, 이용자들 왜 다시 ‘뿔’ 났나? = 앞서 우마무스메는 이용자로부터 ‘미숙한 운영’을 지적받아왔다. 이용자들은 두 차례의 ‘마차 시위’와 ‘트럭 시위’, ‘소송 준비’ 등으로 카카오게임즈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카카오게임즈 측에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이 이러한 이용자들에 요청에 응답하면서, 양측은 지난 17일 오전 10시부터 8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카카오게임즈 측이 간담회 시작과 함께 사이게임즈 사과문을 공개하고, 이후 운영 로드맵·‘한국형 파카 라이브(소통 방송)’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이용자들이 원하는 ‘소통’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키타산 블랙’ 픽업 기간 중 진행된 이른 점검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용자 대표 측은 픽업 기간 진행된 점검으로 인해, 일부 이용자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당일 오전에 주어질 무료 보상을 기다렸던 이용자들이 갑자기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돼,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피해 주장에 대해 지승헌 카카오게임즈 사업실장이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고 있진 않다”라고 발언하면서, 분위기는 한순간 얼어붙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쉬는 시간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했다. 18일에는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다시 한번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게시하며 간담회 준비 미흡에 사과하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도 “공식적인 자리이고, 피해의 범위나 약관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라면서도, “약속한 조직개편, 로드맵 및 소통 방송 운영 등을 위한 내부 준비 중인 만큼, 서비스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용자 대표 7인 중 소송대표로 간담회에 참석했던 ‘simon419’ 씨는 19일 새벽 5시 47분 경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9일까지 취합한 ‘리콜 소송’ 참여 인원(1248명, 미집계 4500여건)과 총액(17억, 최종 액 미정)을 공개하며, “9월 19일 23:59 시까지 답변이 없다면, 화요일부터 사안을 검토해 늦어도 금요일엔 소송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담회에서 약속했듯, 대책안, 보상안 등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이 나온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라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이용자들도 게임에 애정이 있어서 소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게임 고질적인 문제, “게임사가 바뀌어야” 한목소리 =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게임사가 20년의 역사에서 이용자를 ‘게임을 함께 진화시키는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그는 “기존의 제조업과 달리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게임 콘텐츠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주 이용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세대는 소통·감정적인 부분에 민감”하다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카카오게임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사가 이런 인식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게임 이용자를 ‘게임을 함께 발전시키는 파트너’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번 사태를 게임 업계 전반의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문제는 게임 이용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 게임산업은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이루었고, 정부나 국회에서도 게임을 ‘산업’의 영역에서만 다뤄왔기 때문에,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계류된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아직 소송에 관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용자 측이 보상과 대책 등이 유의미하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카카오게임즈의 대응에 따라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해 이용자·전문가·정치권이 지적하는 ‘게임사가 이용자를 대하는 자세’의 변화가 일어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