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와 평화, 질병·기아로부터의 자유"
"ACT-A 이니셔티브 3억·세계은행 금융중개기금 3000만 달러 공약"
"대한민국, 세계 시민 자유·평화 위해 책임 다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29일 정치 입문 이후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자유와 연대를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 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 국가 내에서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총회에서 참석한 193개 회원국 정상 중 10번째로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으로 주제로 약 11분간 연설했으며, 자유와 연대를 각각 21번, 8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인 ‘분수령의 시점’을 토대로 지금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유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디지털 격차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국제사회 협력과 지원, 탈탄소 과제를 위해선 기술 공유 등을 제안하며 대한민국도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코로나 치료제·백신 연구개발 △ACT-A 이니셔티브 3억 달러 기여 △세계은행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 달러 공약 △세계보건기구 팬데믹 협약 체결 협상 참여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각료회의 서울 개최 △글로벌펀드 기여 확대 △개발도상국 저탄소 에너지 전환 지원 등 국제사회 협력 및 기여를 위한 실천 방안을 언급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약자 복지'의 확대 버전인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윤 대통령의) 이 연설을 뭐라고 10개의 음절 안에 줄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건 아무리 봐도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추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유엔의 시스템과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온 규범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지지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엔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현지시각) 밤 뉴욕에 마련된 한국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제77차 유엔총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하자, 다시 말해서 경제적·기술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윈-윈(Win-Win)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 세계의 국가들이 한국을 믿고 적극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 마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와 국제 현안, 한-유엔 협력강화 방안, 국제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는 지난 6월 만남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