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소송 중인 리플이 급등세를 보였다. 리플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향한 미국 정부 기관들의 연이은 공격으로 가라앉은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시장의 구원 투수가 될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아직 리플·SEC 간 소송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은 벌써 ‘희망 회로’를 돌리는 중이다.
이더리움이 완전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면서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전체 코인 시장의 시가총액 중 60%를 차지하던 두 코인(비트코인·이더리움)이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했기에, 코인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었다.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한 후 전력 소비를 극적으로 줄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더블록 등 코인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작업증명(POW) 방식의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OSTP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의 전기 사용은 시장, 정책 및 지역 전력 공급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추가 오염, 소음 등의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OSTP는 코인 채굴에 쓰이는 고에너지 집약 메커니즘(POW)을 제한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입법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당장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진 않겠지만, 백악관 산하 연구기관의 이런 메시지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비트코인이 전기 사용 문제로 백악관의 경고 신호를 받았을 때, 코인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전기 사용량을 99% 이상 줄이는 업데이트에 성공했다. 백악관이 문제삼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번엔 SEC가 업데이트로 바뀐 POS를 문제 삼았다.
게리 겐슬러 미국 SEC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은 투자 계약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SEC가 관리할 수 있다”며 “특정 코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은 이더리움이 POS 전환이 성공한 다음 날 나온 것이라 누가 봐도 이더리움을 연상케 했다. 그동안 갠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만 유일하게 증권이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줄곧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이더리움을 유지하는 네트워크 참여 노드(참여자) 중 미국 비중이 가장 크다며, 이더리움에서 이뤄지는 모든 트랜잭션(전송)이 미국의 관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SEC는 전체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미국 정부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진행된 가상자산공개(ICO)를 미등록 유가증권 판매로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이제 막 위기에 직면했다면 리플은 진행형이다. SEC는 리플사가 발행한 XRP가 미등록 증권이라고 보고 2020년 12월 리플의 임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2년 가깝게 이어진 소송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기대감이 리플 투자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리플은 일주일 동안 42.1%(23일 오전 9시 코인게코 기준) 급등했다.
코인포스트에 따르면 리플과 SEC와의 약식 판결 절차가 15일 돌입했다. 약식 판결 프로세스 개시는 소송의 조기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절차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초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위원인 캐롤라인 팸을 만난 것도 기대감을 키운다. CFTC는 최근 SEC와 가상자산 관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팸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리플랩스를 방문해 갈링하우스와 회의를 가졌다고 공개했다. 다만 논의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리플이 SEC와의 소송에서 승리하거나, 미국에서의 사업에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협의한다면 전체 코인 시장의 반등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곡슈테인 미디어 설립자이자 전 미국 하원의원 후보인 다비드 곡슈타인은 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리플이 승소한다면,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며 산업 부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이 전혀 없어, 단순 소문으로 생긴 단기 급등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