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환헤지 비용 증가와 해외투자 익스포저 확대에 따른 외환 변동성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증권사들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FX(외환)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환헤지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외화자금시장에서 FX스와프포인트 1년물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FX스와프포인트는 시중 단기 달러 수급 상황을 의미한다. 올해 1월 말 마이너스 영역으로 밀려난 1년 만기 FX스와프포인트는 현재 마이너스(-) 25.00원을 목전에 두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0.60원 내린 마이너스(-) 22.80원까지 내리며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3월 19일(-27.00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23일)은 전 거래일보다 0.50원 상승한 마이너스(-) 22.00원에 거래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점 등으로 인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영향으로 보인다.
단기물이 연일 폭락하다 보니 시장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FX스와프포인트가 지속해서 하락할 경우 증권사들의 해외대체투자나 외화증권 등 보유 외화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용 부담도 가중된다. 증권사들이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화 조달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ELS(주가연계상품) 등 증권사 자체 헤지 파생결합상품 발생 과정에서 마진콜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강달러 현상은 증거금 납입, 해외지수 변동에 따른 마진콜로 달러화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용 증가 및 외화 예금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들을 향해 ELS 마진콜을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초대형 증권사(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해외파생상품 거래예치금은 약 7조 원 규모다. 이는 증권사들이 실제 ELS 마진콜로 '흑자 도산' 위기까지 갈 뻔한 코로나19 당시 2020년 1분기(13조3000억 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나 2020년 2분기(8조3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해외대체투자 확대로 인한 외환위험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환위험액은 증권사의 총 위험액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로 외국통화로 표시된 자산, 부채, 외국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및 파생결찹증권을 통해 산정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환헤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해외대체투자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미국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FX스와프포인트가 더욱 하락할 수 있고, 최근의 자체 헤지 파생결합증권 잔액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 요인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