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판매는 12% 증가 그쳐
버버리, 구찌 등 새로운 기회로 간주
샤넬, 에르메스 등은 “신상품 시장 잠식” 반대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중고 명품 판매는 2017년 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상품 판매는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중고 명품 판매는 향후 5년간 매년 약 15%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신상품 전망치의 두 배 수준이다.
중고 명품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샤넬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급격한 가격 인상에 일부 구매자들이 저렴한 중고를 찾기 시작한 영향이다.
세실리아 데 파노 패션 컨설턴트는 “현재 명품 가격은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이에 과거 신상품만 구매하던 부유한 유럽 여성들 사이에서 중고 명품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고 시장이 많이 성장해서 양질의 중고품을 찾기도 더 쉬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구찌와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 등은 기회로 삼고 중고 시장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때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상품을 다시 사들인 다음 직접 되팔거나 온라인 중고 쇼핑몰에 보내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고 명품 판매 플랫폼 베스티에르콜렉티브에선 신상품 기준 2000달러(약 285만 원)짜리 구찌 핸드백이 250달러에 등장하기도 했다.
반면 에르메스와 루이뷔통, 샤넬 등은 중고판매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고 시장의 성장이 신상품 판매를 잠식하거나 자신들의 가격 결정력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7월 실적발표 당시 중고 시장의 부상에 관한 질문을 받자 “에르메스가 장려하는 일은 아니다”라며 “매장을 찾는 일반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은 연초 개별 고객이 특정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수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인이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 재판매하는 관행이 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중고 명품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기업들이 추후 어떤 전략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WSJ는 “일부 고급 패션 거물들이 중고품 시장을 기피하면서 업계가 분열되고 있다”며 “중고 명품 유행이 가져온 딜레마에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