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 3고 고착화…불확실성이 큰 문제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2원 넘게 급등하며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수출을 많이 하는 반도체는 강달러 상황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서 필요한 재료나 장비 등을 수입해야 하고 IP(지적자산) 사용료 및 로열티 등을 해외에(달러로) 내야 한다”며 “(환율 상승이) 딱히 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가 오르면 중국 시장 침체, 수요 위축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더 두려운 문제”라며 “현재 환율 추세로 보면 미국 기업의 연봉이 40~50%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인력 유출 이슈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반도체 업황 불안에 따른 삼성전자 실적 우려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 하락 폭을 10∼15%로 추정했으며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4분기 D램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도체 산업의 위기 지표는 우리나라 수출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는 국내 총수출액의 19.9%(1280억 달러)를 차지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역성장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8200만 달러로 2021년 8월(116억9500만 달러) 대비 7.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6개월 만이다. 반도체 등으로 유입되는 외화 감소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 산업이 휘청거리면서 당분간 성장동력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중국, 유럽처럼 전략 산업(반도체)을 보호하고 지원해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