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개시된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두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 시장의 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쪽이 있는 반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도 마냥 반기진 않는 눈치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마친 이 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증권사는 4곳(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에 불과했다. 이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증권사가 24곳임에도 6곳 중 1곳만이 이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오프라인 서비스만 시작한 뒤 다음 달 MTS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 외 삼성증권가 신한금융투자는 다음 달 4일,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등 5개사는 올해 안에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등 12개 사는 내년께나 국내 주식 소수 단위 거래가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소수 단위 주식이 의미가 있으려면 현재 주식 시장에 비싼 주식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13일 금융위원회가 국내외 소수 단위 주식 거래 허용방안을 발표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LG생활건강(137만8000원)과 태광산업(120만1000원)은 주당 100만 원이 넘는 황제주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만3000원을 기록하는 등 황제주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날 종가 기준 황제주는 단 1종목도 없으며 주당 가격이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5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힌 예탁원은 기자 브리핑을 하면서 “고가 종목이 많았으면 제도가 시장의 주목을 더 받았을 것”이라며 “소수 단위 주식 거래 서비스가 시장 (거래를) 대폭 증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소수 단위 주식은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쪼개진 주식 주문을 취합해 한국거래소에 온전한 주식(온주)으로 주문을 넣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증권사마다 주문 취합 주기를 약 1시간으로 정하고 1시간 동안 쌓인 주문을 한 번에 체결한다.
예를 들어 A 증권사의 주문 취합 주기가 1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오전 9시에 삼성전자 0.1주를 주문하더라도, 이는 장 개장 1시간 뒤인 10시에 체결되는 것이다. 가격 역시 9시가 아닌 10시 가격이다. 그사이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어 주문 취소는 체결 직전까지 언제든 가능하다.
소수 단위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증권사와 투자자의 약관에 따라 달라지며 대부분의 증권사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소수 단위 주식의 증권사 수수료는 일반 주식과 같은 0.0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