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왔지만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은 당분간 추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빈손 외교’와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회담 추진이 부담스러워지는 분위기여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에 대해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여러 차례 약속드린 대로 여야 대표들을 모시고 (순방 성과를) 설명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순방 전과 순방 중 이진복 정무수석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방 뒤 회담이 추진될 것이라 밝혔는데, 현재는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 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앞서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후에 여야 대표들과 회담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의 핵심이었던 한미·한일정상회담이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손에 잡히는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서 비판이 제기됐고,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포함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들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일으킨 영상을 틀었고, 국민의힘은 이를 최초 보도한 MBC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당장 한 자리에 모이기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는 뭉치고 있다.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과 각종 논란,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한 내홍,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기국회를 치러야 해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 수석은 앞서 지난 20일 실무당정협의체를 구성키로 했고, 전날 고위당정협의에선 격주마다 열자는 정례화 합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