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단독 인수가 아니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27일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ARM의 전략적 협력 관련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며 “이미 퀄컴, 인텔, SK하이닉스 등이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힌 바 있어 향후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ARM은 반도체 설계 자산(아키텍처, 컴퓨팅 시스템 설계의 기본 논리 구성 요소)을 통해 라이선스(IP) 사업만을 영위하는 칩리스 업체다
김 연구원은 “ARM이 물리적인 반도체 칩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단독 인수 시나리오는 시장 지배력을 지탱해온 중립성의 훼손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의 인수는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독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가정 시 경영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라며 “현재 투자 의향을 밝힌 업체들 모두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각국 규제 당국 승인을 얻고, 투자에 참여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할 만큼의 유의미한 지분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ARM 아키텍처의 확장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애플,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등 AP 공급사 모두가 ARM 기반의 칩을 설계하고 있으며, ARM의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 AP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확정적으로 지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 퀄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ARM 생태계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며 “앞서 언급한 MS, 구글, AWS, 오라클 등의 투자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소규모 지분 확보에 그칠 경우, IP 단가 협상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는 있겠으나 경쟁사들과의 공동 투자로 인한 기술 공유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라며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 인수하더라도 모바일 AP에 제한된 시너지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ARM의 몸값에 지불할 비용 대비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