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면적 늘리고, 품질도 상향
전문가, "임대료 비싸져 본래 목적 사라질 수도"
정부와 지자체가 임대주택 손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택 면적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공급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임대료 상승도 불가피 해지는 만큼 특별한 대책 없이는 과거 실패했던 ‘뉴스테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27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재개발 시 임대주택 의무 건립 비율을 연면적 기준으로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을 건설하는 주택 전체 가구 수 또는 전체 연면적의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로 규정했다. 기존에는 전체 가구 수의 20% 이하 범위에서 시·도지사가 고시하는 비율에 따라 가구 수만 채우면 됐다. 면적도 기준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간 임대주택이 소형 위주로만 공급됐던 점을 개선하고, 선호도가 높은 중형으로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자체도 임대주택 개선에 한창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고급·다양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4월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 등의 품질을 대폭 상향해 민간 브랜드 수준으로 짓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원구 ‘하계5단지’를 시범 사업지로 선정하고, 30년 이상 노후 임대주택 24곳 3만3000여 가구를 바꿔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도 도입한다. 서울시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골드빌리지’(가칭)를, 노원구 하계5단지에 ‘3대 거주형 주택’을 선보이기로 했다. 골드빌리지는 주거·의료·편의시설을 갖춘 임대주택이고, 3대 거주형 주택은 부모-자녀-손자녀 등 3대가 한 가구에 분리해 거주하는 임대주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타워팰리스’ 같은 고품질의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임대주택의 변신이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개정안처럼 연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전체 가구 수가 줄어 적정량의 공급이 어렵고, 고급화 전략을 하면 그만큼 임대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과거 실패했던 뉴스테이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도 있다.
뉴스테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중산층 세입자들을 위해 도입한 임대주택이다. 민간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택지를 받은 뒤 7~8년 임대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뉴스테이에 고급화 전략을 펼쳤고, 임대를 제공한 기간 동안 수익확보가 어렵다 보니 초기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했다. 결국 높은 임대료에 수요자들은 외면했고 이후 정권이 바뀌며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최은영 한국도시개발연구소장은 “임대주택 의무 물량을 면적 기준으로 하면 당연히 공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전체를 봤을 때는 정말 집이 필요한 주거 취약계층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주택을 고급화하면 임대료가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며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지금도 시세의 30%로만 책정해도 취약계층은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관해 박용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임대주택 산정기준을 가구수로 할지, 연면적로 할지는 해당 구역 지자체장이 공급 특성을 감안해 정비계획을 수립한다”며 “실제로 공급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정비계획 수립한 부분에 있어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정부가 임대주택의 공급 측면과 질적 측면을 모두 검토해 합리적인 기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