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편입 압도적 가결
서방사회 “사기극” 비난
푸틴, 30일 공식화...우크라에 반격 수순
우크라 “병력 필요한 러, 점령지서도 동원령 내릴 것”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4곳에서 지난 닷새간 진행된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가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러시아가 설치한 선거관리소 측은 찬성률이 자포리자 93%, 헤르손 87%, 루한스크 98%, 도네츠크 99%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네 개 지역의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8%에 해당한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예견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판박이다. 당시 주민투표 결과 97%가 병합을 찬성했고, 이후 러시아 의회가 비준을 마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주민투표 자체가 위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추진에 대해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이며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을 병합하기 위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인의 실제 의지와 다른 결과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CNN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러시아 편입 찬성률이 20%를 넘은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동부 지역에서조차 러시아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5%를 넘지 않았다.
이번 주민투표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말 그대로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루한스크 군 행정부 관리자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당국이 무장 경비대를 데리고 집집마다 방문을 하고 있다”며 “누군가 러시아 편입을 반대하는 데 표시하면 데이터가 노트북에 기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하는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주민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사회가 이번 주민투표를 불법이자 가짜라고 일축하는 이유다.
국제사회가 주민투표 결과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지만 주민투표를 기점으로 전쟁 상황은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최근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푸틴은 그야말로 다 계획이 있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이 30일 의회 연설에서 점령 지역의 러시아 편입을 공식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끝난 후 뭘 할지 이미 다 결정을 했다”며 “이달 말 우선 공식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스텝은 전쟁 확대다. 투표 결과 발표와 함께 해당 지역을 즉각 러시아 영토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러시아 주권 침해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주 “러시아는 영토가 된 지역을 완전히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군불을 뗐다. 푸틴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를 보호할 것”이라고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총알받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가저항센터는 “러시아가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투표 후 점령지에서도 동원령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점령 행정부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자포리자와 헤르손에서 동원할 수천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반 페도로프 전 멜리토폴 시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징집하기 위한 구실로 투표를 이용하고 있다”며 “투표의 목적은 주민을 동원해 총알받이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