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리포트 쏠림, 작년 국감서 지적…금감원, 업계 관행 개선 밝히기도
증권사 기업 눈치 보는 분위기 영향 커…“기업으로부터 독립해야” 지적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는 증권사의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리포트를 발간한 국내 증권사는 32곳으로, 28곳은 6개월 동안 단 1건도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매수, 매도, 중립)과 목표 주가 등을 담아 리포트를 발표한다. 상반기 코스피가 645.01포인트(P), 코스닥이 288.54P가 하락했음에도 4곳(DB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상상인증권)의 증권사만 투자자에게 ‘매도’ 리프트를 제공한 것이다.
그마저도 이들 4곳의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를 6개월간 단 1건 발표했다. 국내 증권사의 전체 리포트(4345건) 중 ‘매도’ 리포트(4건)는 0.09%였다. ‘매수’ 리포트(4004건)가 92.15%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중립’(337건)이 7.76%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와 별다를 바 없는 수치다. 지난해 ‘매수’ 리포트 비율은 91.97%, ‘중립’ 7.91%, ‘매도’ 0.12%였다.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쏠림 현상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바다. 당시 국회는 리포트가 투자자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감원에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금감원은 리포트의 객관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업계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기준 개선을 유도하고 중소형 종목에 대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율이 0.12%에서 0.09%로 소폭 하락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꺼리는 이유는 기업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다. 증권사 구조상 리포트를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부서도 있는데,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면 해당 기업에 M&A 영업을 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A증권사가 투자자에게 B기업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낼 경우 B기업이 A증권사엔 IR 관련 자료를 주지 않는 예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으로부터 독립해 리포트를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 오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투자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