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지 8개월이 넘었다. 30일 현재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허가를 받은 은행업, 금융투자업계 등은 총 59개 사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소비자가 전송요구권을 행사해 여러 금융회사 등에 분산돼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제공받아 통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정보를 능동적으로 이용해 사업자로부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달 29일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 중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본인인증서비스 ‘PASS’ 애플리케이션에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7월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 중 최초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SK텔레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이튿날, 서비스 가입을 해봤다. PASS 애플리케이션을 누르자 핸드폰 화면 하단에 나오는 광고에 눈길이 갔다. “PASS 인증서로 마이데이터 가입하면 1만 명에게 경품 쏜다!”
해당 이벤트를 누르니 ‘SK텔레콤 마이데이터 가입하기’ 버튼과 함께 이벤트를 안내하는 창이 떴다. 설명을 읽다 보니 이동통신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자기 주도적 재무관리를 도와주는 SK텔레콤 마이데이터가 ‘나의 금융 생활 코칭 메이트’가 될 수 있다니. “왜 이동통신사가 나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고 재무관리를 도와주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SK텔레콤 측은 통신데이터를 금융데이터와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통신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향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통신비와 멤버십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하면 통신비 절약 방법 등을 알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어디에서 커피를 많이 먹는지 등 평소 소비패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SK텔레콤의 멤버십과 연계해 자금 절약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왜 PASS 애플리케이션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넣었을까. SK텔레콤 측은 “패스는 본인 인증 등 금융 관련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라며 “패스를 쓰는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쓸 확률이 높다고 파악해 패스에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 금융 관련 서비스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마이데이터 가입하기’를 눌렀더니 ‘현명하게 마이데이터 이용하기’라는 화면이 또 떴다. “무분별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은 소중한 내 정보가 과도하게 수집, 도용될 수 있습니다”고 쓰여 있었다. ‘개인(신용) 정보 제공 동의 (필수)’ 등 개인정보 제공·수집·이용동의 관련 화면이 총 4번 떴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들은 모두 갖춰야 할 요건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패스(PASS) 자체가 보안 인증 애플리케이션이기에 여기에 들어가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쓴다는 점은 보안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입이 완료되고 나면 ‘실시간 자산’으로 내 금융 자산을 볼 수 있다. 이번 달 지출과 투자 평가 금액, 부채, 예·적금이 순서대로 나타난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자산의 흐름, 규모 분석 등은 은행권에서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은행권과 비교했을 때 이동통신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갖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SK텔레콤 측은 두 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째는 고객들의 통신 관련 데이터를 추후에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추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이다. 둘째는 국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중 최초로 자산 재무진단 관리 서비스를 인공지능(AI)로 넣었다는 점이다.
SKT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본적인 자산 통합 조회 기능에 더해, 19개 재무지표를 통한 입체적인 재무건강진단 및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모바일 특화 재무건강진단 서비스는 한국FP협회와 공동 개발했다.
재무건강진단 과정은 지루하지 않았다. “소득통장과 지출통장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식의 질문에 나의 평소 소비 방식을 고민하며 답했다. “매월 예산을 정한 후, 예산 내에서 소비한다”는 등의 질문으로 나의 ‘기초체력’을 확인했다. 이후 “자산증식을 위한 방법으로 대출을 활용한다”는 등의 질문으로 내 ‘면역력’도 확인했다. 20개가 넘는 질문에 답을 한 이후 재무건강 진단 결과를 받아봤다. 선호투자유형이 무엇인지, 소득 대비 현재 쓰고 있는 생활비의 비중이 권장범위와 비교했을 때 과다한지 등의 결과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명확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투자가 적당한지도 보여줬다. 기자는 ‘묻어두기 투자’가 적당하다고 했다. 업종 대표주, 우량주, 지수형 상품에 적립식 투자, 지정된 목표 시점까지 자동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TDF(Target Dated Fund) 등 정보에 기반한 단기투자보다 시간에 묻어두는 장기투자가 적당하다고 했다.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챌린지’였다. △모으기 △늘리기 △줄이기로 특정 행동을 하기 위한 돈을 모을 수 있는 기능이었다. 예컨대 아이패드 구매를 위한 자금을 따로 모으는 일도 ’챌린지‘의 ’모으기‘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챌린지‘ 부분은 즐겁고 재미있게 자산 관리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마련한 부분”이라며 “고객이 돈을 모으도록 도와주고 재미를 주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3개월 정도 안정화 기간을 가진 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고도화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서비스 제휴와 마이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되, 마이데이터 남용을 방지하고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마이데이터업자와 제3자 마케팅 활용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한 가지 우려하는 점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과도하게 마케팅에만 집중 활용하는 기업들도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취지에 맞게 고객의 편리를 위한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