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6개월째 뒷걸음질
주담대 연말께 8% 이를 듯
한국 경제가 불안하다. IMF 외환 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경상수지 하강까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물가 치솟는 가운데 설상가상(雪上加霜), 금리까지 수직 상승 중이다. 가계와 기업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미국이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p)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한국 경제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국내 경기침체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가계대출 부담은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출금리의 지표금리 중 하나인 채권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급등한 채권금리를 반영하며 지난달 30일 기준 연 4.730∼7.141%을 기록했다. 7%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이다.
주담대 뿐만이 아니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역시 크게 오르며 7%대를 앞두고 있다. 1주일새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4.903∼6.470%에서 5.108∼6.810%로 인상됐다.
대출 금리는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될 경우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경우 올 연말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까지 오른 상황에서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공공요금 상승이 심상치 않다. 당장 이달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 요금이 평균 6.8%, 가스 요금은 15.9% 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월 2270원, 가스 요금은 평균 가구 기준 월 5400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이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지난 8월 상승률은 5.7%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영향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로 1400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고환율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가계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중심축 마저 흔들리고 있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574억6000만 달러, 수입 612억3000만 달러로, 37억70000만달러(약 5조42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적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속된 무역적자에도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줄곧 밝혀왔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무역, 해외 투자, 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간 정부가 무역적자에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준 3개월 연속 흑자(10억900만 달러)를 기록했던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수지가 적자인 상태에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경우 대외 신인도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한은은 8월 경상수지를 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