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오전 동쪽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일본 도호쿠 지방 상공을 통과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의 태평양으로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건 2017년 9월 15일 이후 5년 만이다. 북한이 발사한 IR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즉각 대피령을 내렸고, 미사일 통과 지역에선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럴트)은 IR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을 시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고 즉시 경찰이나 소방서 등에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도쿄도가 대상 지역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45분부터 약 10분 간 총리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외에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NSC 후 기자회견에서 탄도미사일 1발이 아오모리현 부근 상공을 통과해 오전 7시 44분쯤 태평양상의 일본 EEZ 밖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비거리는 4600㎞, 최고고도는 1000㎞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종류는 분석 중이며, 발사 의도는 “단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은 삼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항공기나 선박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고 자위대에 대한 파괴조치 명령은 내지 않았다고 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곧 베이징 대사관 루트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방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일본의 평화와 안전 확보를 위해 국가 안보 전략 등의 개정을 통해 ‘반격 능력’을 포함한 검토를 할 것”이라며 “국민은 냉정하게 평상시처럼 생활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에 의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20번째이며, 적어도 36발에 이른다. 이는 2019년의 25발을 웃돌며 이미 연간 발사 수로는 사상 최다를 경신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사일이 통과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초점을 맞춰 낙하물 등으로 인한 피해가 없는지 신속하게 확인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또 정보 수집·분석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미국, 한국 등 관계 국가들과 연계한 대응도 요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도호쿠 신칸센의 신아오모리-모리오카간, 홋카이도 신칸센의 신하코다테 호쿠토-신아오모리간 열차는 각각 운행을 중단했다.
J얼럴트는 원래 ‘일본의 영토·영해에 낙하할 가능성 또는 영토·영해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EEZ에 낙하할 경우에는 발령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이 J얼럴트를 발령한 건 선박, 항공기에 대한 대응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은 발사 후 10분 이내에 도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해 약 1600㎞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시키며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시켰다. 그 후, 2009년에 국제기구에 낙하 지역을 사전 통보해 ‘인공 위성 발사’라며 발사했다. 2012년, 2016년에는 사전 통보 후 남서제도 상공을 통과하는 코스로 약 2500~2600㎞ 앞의 필리핀 앞바다에 낙하시켰다. 최근에는 2018년 8, 9월 IRBM급을 계속 발사했고, 같은 해 9월 발사에서는 약 3700㎞ 앞의 태평양에 낙하시켰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점차 비거리를 늘려온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순항 미사일까지 포함하면 올해 23번째. 1월에는 한 달 새 7회라는 이례적인 페이스로 발사를 반복했고, 3월에는 IRBM보다 비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평소보다 높게 발사하는 ‘로프티드 궤도’로 최고 고도 6000㎞ 이상, 비거리는 약 110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