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프리미엄 역대 최고로 치솟아
잇따른 금융 스캔들 휘말리며 막대한 손실
27일 발표 예정 구조개혁 계획에 관심 쏠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CS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장 초반 11.5% 빠지면서 사상 최저가인 3.52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이후 시장 변동성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자본 여력이 있다는 투자기관들의 의견이 연이어 나오며 낙폭이 과대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1% 미만의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CS가 시장의 불안을 사게 된 발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였다. FT는 지난달 30일 “CS 경영진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투자자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주말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시장에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쾨르너 CEO는 “은행의 유동성 상황은 튼튼하다”며 “(직원들이) 주가 흐름에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고비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쾨르너 CEO가 시장과 직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에서 현재가 ‘고비(Critical Moment)’지만 자본 수준과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밝힌 것이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CS의 부도 위험 지표인 1년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장 초반 5%를 넘겨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5년물 CDS 역시 최근 수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혹은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수수료인데,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 단기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며 이례적으로 1년물 CDS 프리미엄이 3%대인 5년물보다 높은 ‘장단기 CDS 프리미엄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CS는 유럽에서도 가장 시장 신뢰도가 높은 은행으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그린실캐피탈과 아케고스캐피탈 등 일련의 금융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대규모 금전적 손실은 물론 회사 평판에도 타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3월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로 51억 달러(약 7조27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월가 은행 중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은행은 해당 사태 이후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8월 CS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에서 두 번째로 낮은 ‘Baa2’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CS가 흔들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들이 늘어나며 유럽 전역의 시중은행에 대한 전망이 악화한 가운데 대형은행인 CS의 부도 위험이 커져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27일 공개될 회사의 구조개혁 계획에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CS의 구조개혁 비용이 40억 달러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충당할지가 관건이다. 유상증자에서부터 일부 사업 매각과 철수 등이 거론된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산이나 사업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CS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앤드루 쿰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2008년이 아니다”라며 “CS의 유동성 유동성 포지션은 매우 건전하며 시장의 우려는 유동성 측면보다는 자금 조달 비용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6월 말 기준 CS의 자기자본비율은 13.5%로 경쟁 은행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