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태평양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IRBM 발사는 올해 1월 30일 이후 247일 만이다. 4500km 이상 비행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다. 한반도 유사시 핵탄두 탑재 B-52H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과 주일 미군기지를 직접 때릴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은 이날까지 최근 열흘 사이에 탄도미사일을 다섯 번 발사했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그것도 미군 전략자산의 핵심인 핵추진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편대가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가운데 보란듯이 쏜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발이 그만큼 대담해진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준비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최근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고 핵 포기 불가를 천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한에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핵무력 법령도 채택했다. 한반도를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4년 전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우리 군이 국군의날 행사에서 ‘괴물 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북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이 미사일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8~9t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유사시 평양 주석궁과 지하 100m 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벙커’를 단 한 발로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선제타격용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등 3축 대응체계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핵은 모든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 핵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B-1B,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F-35A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전개, 핵 위협 억지에 나섰으나 통하지 않았다. 북의 도발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결국 핵은 핵으로 억지할 수밖에 없다. 핵 공격을 하면 상대도 핵 보복에 나서 공멸한다는 두려움에 전쟁을 피하는 ‘공포의 균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정상회담에서 “모든 방어역량을 통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공약을 확인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유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 열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서 한국이 전술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을 받으면 전면적인 핵 반격에 나선다는 공동성명도 나왔다. 핵우산 제공을 약속한 정상회담 후속 조치다. 관건은 핵우산의 실효성이다. 약속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설 것이다. 한·미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