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마약 관련 정부 예산은 크게 공급 차단과 수요 감소 예산으로 크게 나뉜다. 공급 차단 예산은 검찰, 경찰, 세관 등에 소요되는 예산이고, 수요 감소 예산은 교육부의 예방 교육, 보건복지부의 치료 및 재활 예산이 해당된다.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 예산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마약류 범죄와 관련해선 대검찰청 강력부 마약과를 중심으로 국가정보원, 관세청, 경찰 등이 공조하고 있고, 교육부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약물 및 마약류 폐해 예방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마약중독자 치료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 마약 관련 정책은 형사 처벌 따로, 교육 따로, 치료 따로 정책이 설계되어 있고 소관 부처도 각각 다른 것이다.
현재 마약 사범 중 75%에 이르는 초범들이 교도소에 가게 되면 상습투약자, 유통 및 제조 사범과 함께 복역한다. 자칫하면 교도소에서 교화가 아닌 재범의 길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9년 기준 마약류 사범의 재복역률은 48%로 절도, 폭력, 강도 등 교정시설 출소자 중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재범률 또한 매해 30%를 훌쩍 넘는다. 단순히 형사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재범을 막으려면 형사 처벌 때부터 전과, 죄질 등 범죄자의 특성에 따라, 재판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재활 등을 연계해 마약 중독의 악순환을 끊어 내는 게 중요하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류 범죄 대처와 관련하여 형사사법제도를 치료의 관문(gateway to treatment)이라고 하였다. 형사사법적 처분과 재활치료의 연계를 통한 범죄의 근절을 강조한 것이다.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마약류 등 유해약물로 인한 형사사법 비용이 1인당 5451만 원인 반면 치료비는 1인당 821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직접적인 비용만 비교하더라도 투약자들을 치료해서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게 더 경제적인 방법이다. 보건복지부의 ‘중독자 치료지원 사업’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전문적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는 경우 그 비용을 지원하는데, 35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50만 원 정도 소요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7만5044명인 데 비해 이 중 정부 지원으로 마약류 중독 치료를 받은 인원은 1252명에 불과하다. 마약류 사범 치료, 재활 지원은 환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방위 차원에서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마약 관련 예산을 설계할 때 먼저 정부 부처인 법무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이 협력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전방위적인 공조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이 체제 속에서 기초자치단체별 관내 경찰서와 연계해 유흥업소, 청소년,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마약류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마약 사범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형사사법적 처분과 재활치료를 연계해야 한다. 형사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식 치료, 재활, 사회적응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실시해야 한다. 이때 사업 추진체계를 법원과 의료기관, 지역사회, 민간전문가가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