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으로 얼어붙은 증시에서 발을 뺀 개미들이 채권 투자로 향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러한 개인 채권투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협회협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9월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14조4393억 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작년 한 해를 통틀어 순매수한 채권 규모(4조5675억 원) 보다도 약 216%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개인은 지난달에만 3조960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816억 원)보다 약 711% 늘어난 규모다.
반면 지난달 개인이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2조75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6427억 원)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기간을 올해로 확대하면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까지 올해 들어 개인이 순매수한 주식 규모는 31조23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조9215억 원)의 반 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만큼 위험자산(주식)에서 안전자산(채권)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심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채권은 안전자산이란 점에서 주식시장의 ‘개미’였던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대안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긴축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자,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것이다.
채권 유형별로 보면 올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세는 회사채(6조586억 원), 기타 금융채(4조3898억 원), 국채(1조9307억 원) 순이다. 개인이 회사채에 몰린 이유는 수익률이 가장 높아서다.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부도 위기가 커지면서 회사채 금리가 상승한 것이 투자자에겐 되레 고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실제 금투협의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이날 신용등급이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수익률은 5.215%이다. 심지어 BBB- 등급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수익률은 11.068%다. 통상 회사채가 국채보다 0.5%포인트~1%포인트 높더라도, 국고채 3년물(4.081%)과 비교하면 수익률 차이가 큰 편이다.
다만 일각에선 채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그에 따른 중앙은행의 긴축 경로가 불확실한 것은 2022년 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채권의 절대 금리 레벨이 높다고 해서 안전자산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다"고 했다.
이어 "길게 버틸 수 있는 투자자는 분할매수를 통해 절대 금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꽤 큰 변동성을 감내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자 증권사들도 채권에 쏠린 개인 투자자의 뭉칫돈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거래 장벽을 낮추고,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9월 말 기준 KB증권의 올해 온라인 채권 판매금액은 22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40억 원)보다 5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KB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또 전날부터는 온라인으로 고금리 우량 고금리 선순위채권 4종목을 특별판매 중이다.
올해 채권 판매 규모가 5조7000억 원에 달한 삼성증권은 지난달 해외 채권 모바일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채권 투자 대중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서비스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 규모가 6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