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민의힘 의원이 본지에 전한 당내 분위기다. 정권 초기인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려는 의원들은 거의 없지만, 불만을 가진 이들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용호 의원이 42표나 득표하면서 이같은 기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은 명확히 주호영 의원이었다. 이용호 의원이 특별히 구심점이 되지 않았는데도 42표나 얻은 건 반윤은 아니지만 그만큼 윤 대통령에게 ‘우리도 좀 챙기라’는 불만의 표시”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가까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마저도 용산 대통령실 관련자들을 잘라내는 등 거리를 두면서 발생한 불안감이다. 내각은 물론 대통령실마저도 관료나 윤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로 채워지면서 국정에 참여할 길이 좁아졌다.
당정협의가 잦아지며 ‘원팀’을 외치지만 결국 인사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30%를 넘지 못하는 저조한 지지율로 국민의힘이 소폭 앞서고 있어 여당 측에선 더욱 쉽게 반발할 수 있는 여건이다. 최근 뉴욕 발언 논란 등 지지율 하락을 야기한 대형악재들도 윤 대통령이 직접 불러일으킨 경우도 많아 책임론도 제기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9%로 나타났다. 전주 32%로 회복세였다가 뉴욕 발언 논란 이후 떨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34%로 집계됐다.
대통령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반발’까진 가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정권 비호는 기대하기 어려워 고민에 빠져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본지에 “윤심이 이용호 의원은 안 된다는 건 아니어서 반윤이나 반발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윤 대통령에게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여당이 여러 논란이나 이슈에 제대로 대응치 않아 대통령실이 무방비로 얻어맞고 있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사개편은 각 수석과 비서관들의 판단에 맡긴 것이라 윤핵관 관련자들이 빠졌다는 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 및 당과 거리를 두려고는 한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정치세력을 만들어야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호 의원 42표로 당내 불만 신호가 나와 윤핵관을 내친다 해도 대체할 사람이 당내에 없다”며 “당이 대통령을 확실히 뒷받침 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 리더십을 발휘해 여당 장악력을 키우지 않으면 당정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윤 대통령과 당 간의 관계 정립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