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화폐 명칭은 부적절…자산이 맞아”
업비트 ‘디지털 자산’ vs 금융위 ‘가상 자산’
디지털 자산, 가상자산, 가상화폐, 암호화폐...
현재 가상자산은 여러 명칭이 혼재된 상태로 불리고 있다. 관련 제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명칭에 대한 노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021년 10월 7일~2022년 10월 7일)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명칭은 ‘가상화폐’였다. 해당 기간 가상화폐라고 지칭한 기사는 1만 3393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암호화폐’라는 명칭을 사용한 기사는 4344건이었다.
업계에서는 ‘화폐’라는 명칭이 자산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화폐는 ‘상품 교환 가치의 척도’를 의미하는데, 이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뜻하는 ‘자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금융당국이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은 가상자산이다. 지난해 3월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특금법 제2조 3항은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명시했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국정 과제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꼽으며, 디지털 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현재 언론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가상 자산을 혼재해 사용하고 있다.
빅카인즈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1년간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사보다 ‘디지털 자산’이라 지칭한 기사가 소폭 더 많았다. 디지털 자산 명칭을 사용한 기사는 1만 3235건, 가상자산 명칭을 사용한 기사는 1만 3042건이었다.
디지털 자산 용어는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이다. 업비트는 거래 자산의 유형을 고객에게 보다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2020년 3월부터 해당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업비트가 디지털 자산이라고 지칭하면서, 해당 용어를 사용한 기사도 2020년 3월 337건에서 2022년 9월 813건으로 껑충 뛰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경우 자산의 실체가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고객들에게 정확한 서비스 방향성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향후 여러 유형의 디지털 자산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자산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 논의가 한창인 국회에서는 가상 자산과 디지털 자산 용어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 자산 관련 10여 개 법안이 계류 중인데, 민병덕 의원 발의안과 민형배 의원안 등이 디지털 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이용우·양경숙·권은희·윤창현·김은혜 의원안 등은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해외에서도 공식 명칭이 혼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유럽연합(EU)의 가상 자산을 규율하는 단일 법안 ‘MiCA’(Markets in Crypto Assets Regulation)는 ‘암호 자산’(Crypto 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반면 미국 백악관과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의 리포트는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