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채권 발행 금리가 연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7일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구체적으로 △2년물(금리 5.55%) 2500억 원 △3년물(금리 5.65%) 1000억 원 등이다.
앞서 지난 4일에도 5% 중반 금리를 앞세워 38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2년물 5.5% △3년물 5.6% △5년물 5.62% 등이다. 발행 규모는 각각 △2년물 2300억 원 △3년물 1300억 원 △5년물 200억 원 등이다.
한전 채권 금리 상승세는 점증 중이다. 지난달 26일 3년물이 5.55%를 기록한 후 5% 중반 발행을 지속 중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에 5년물 채권이 연 4%를 기록한 지 3개월 만이다. 올해 1월 △3년물 연 2.33% △5년물 연 2.53% 규모와 비교하면 2% 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연 5%대 한전채 금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 한전채 3년물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2% 초반대를 기록한 바 있다.
AAA 초우량 신용등급으로 국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전채 금리가 5% 중반까지 치솟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전채와 비슷한 등급의 다른 회사채 금리가 연 4%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도 큰 셈이다.
올해 들어 ‘채권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한전채를 포함한 특수채를 1조118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특수채를 531억 원어치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한전채의 신용등급이 AAA로 국채와 같은 초우량인 점도 인기 요인”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이 큰폭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채 발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국제 유가 급등 등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에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조달비용을 늘리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발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한전은 1분기 영업손실 7조8000억 원, 2분기 영업손실 6조5000억 원 등 상반기에만 14조3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올해 총 영업적자 규모가 30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와 구매전력비 증가로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라며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30조 원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내렸음에도 영업적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작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한전의 고금리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4분기 영업이익은 이전 추정치보다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4분기뿐만 아니라 3분기 영업적자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10조 원이 예상돼 의미 있는 수준의 영업적자 축소는 올해 안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 연구원은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3분기에 이어 kWh당 5.0원 인상을 결정했으나 총 인상해야 할 연료비조정단가는 52.3원으로 5원의 연료비조정단가 인상으로는 터무니없는 상황”이라며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 손실 폭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