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착시효과…직구액 6.4% 늘 때 달러값 15.3% 치솟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해외직구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직구 전체 액수는 오히려 늘었다. 실질적인 미국 직구액 증가세에 비해 원달러 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나타난 착시효과로 풀이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접 구매액은 55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이어 2분기에는 5123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4% 더 증가했다. 고환율로 미국에서 파는 제품에 대해 이전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직구액이 늘었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환율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지난해 2분기 1120원대에서 움직이던 달러 값은 올해 2분기 1300원대로 치솟았다. 상승률이 15%에 달해 해외직구 증감률을 웃돈다. 통계청이 해당 자료를 주간 환율을 고려해 원화로 환산한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볼 때 실질 미국 직구액은 되레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환율 변동이 없었던 지난해 2분기 미국 직구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7%에 달하지만, 올해는 5~6%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도 최근 미국 직구가 시들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아울러 전체 직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근 환율 상승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전체 직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3.0%에서 올해 2분기 39.3%로 주춤했다.
미국과 달리 나머지 주요 나라에서는 직구액은 크게 늘었다. 위안화 절하에 따라 중국 직구액은 2분기 35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4% 치솟았다. 특히 엔화 약세에 일본 직구는 올 2분기 1038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1% 뛰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2분기 말 1022.12원에서 올해 6월 말 946.45원으로 7.4% 내렸다.
문제는 올해 3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은 데다 연말 1500원까지 치솟는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직구가 한동안 더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직구업계 관계자는 “달러 가격이 하반기에 급격히 뛴 만큼 미국 직구는 더욱 위축됐을 것”이라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굵직한 행사가 걱정”이라고 봤다.
유통업계는 직구족을 위한 마케팅에 돌입하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롯데온은 10월 한 달간 150개 인기 직구 상품의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할인 행사를 열어 환율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직구 온라인몰인 ‘LDF BUY’에 일본 직구관을 열었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는 11번가는 직접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관을 내달 7일까지 운영한다.
몰테일은 아마존 프라임 얼리 액세스 세일 랜덤 쿠폰 이벤트를 열고, 신규 회원 가입 시 5달러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카드 제휴 할인도 대폭 늘렸다. 하나카드와 ‘선착순 다해줌’ 즉시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비씨카드와는 다해줌 결제 시 상품가 즉시 할인 프로모션, 국민카드와는 배송비 5% 즉시 할인 이벤트를 연다.
이와 함께 오리건 센터 주류 배송비 할인 이벤트와 쟈딕앤볼테르, A.P.C, 엔커 등 15달러 할인과 골프용품 부피무게 면제 등 미국 직구 대상 프로모션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