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완공된 지상 43층 ‘엑스포 타워’ 유력 검토
지역 정치권 반발…삭발식 진행 등 강력 저지 투쟁
소진공 “1순위는 직원 근무여건…정치적 고려 없어”
대전 중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이전 문제가 대전시와 세종시의 ‘시’ 간 싸움에서 중구와 유성구의 ‘구’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7월 소진공 이사장으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유력 검토됐던 세종시로의 이전이 무산되고 대전 내로 이전 계획이 본격화됐다. 소진공이 신도심인 대전 유성구 이전을 검토하자 원도심인 중구의 정치권과 주민들이 부당함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소진공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공단의 본사 이전 계획이 임대를 통해 진행될 계획이다. 지난달 박성효 이사장이 공단 이전의 큰 계획을 이전과 매입, 신축 등 3가지 방안으로 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소진공은 임대 터를 확정하고 중기부의 예산 승인을 받은 후 이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진공의 본사 이전 논의는 대전에 있었던 중기부와 산하 기관인 창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줄줄이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됐다. 홀로 대전에 남은 소진공은 관계부처 업무 협조와 건물 노후화 등의 이유로 세종시 이전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전시는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소진공의 세종시 이전을 막아섰다. 정권이 바뀌고 새 이사장에 전 대전시장이 임명되면서 세종시 이전 논의는 조용히 가라앉았다.
문제는 대전에 남은 소진공이 지역 내 이전 터를 찾으면서 지역 구간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진공은 유력 임대용지로 유성구에 있는 ‘대전 엑스포 타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타워는 지난해 8월 완공돼 지상 43층 규모의 대전 내 가장 높은 건물이다. 건물 건설에는 신세계그룹과 계룡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소진공은 엑스포 타워 공실인 10~14층과 12월 계약종료 예정인 22층을 임대 터로 검토 중이다. 소진공 측은 최근 5년간 소진공 직원들의 이직률이 26%를 기록하며 중기부 산하기관 중 열악한 근무환경을 타파하기 위해 직원들의 처우를 1순위로 삼고 있다고 했다. 신축건물로 입주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도심으로 떠나고자 하는 소진공의 검토안에 중구민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신도심 이전은 박성효 이사장의 정치적 고려가 깔려있으며 원도심을 떠나면 지역 상권 붕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소진공중구사수투쟁위원회’라는 단체가 결성됐으며 소진공 본사 앞에서 삭발투쟁과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도 높은 시위가 진행됐다. 중구의회도 정례회 본회의에서 ‘소진공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진공은 유성구 이전 검토안은 정치적 셈법이 얽혀있지 않으며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반영했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또 실제 소진공은 유성구뿐만 아닌 중구 내 여러 부지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공 관계자는 “공단 이전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왜곡되는 거 같다”며 “소진공 직원 82%는 청사 이전에 찬성하고 있어 이들에게 최적의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대전을 떠나지 않은 것”이며 새 공단 건물을 짓기 전 직원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 제공 차원에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진공 공단 이전 최종 결정권은 중기부에게 있다. 중기부는 올해 내로 후보지 등에 대한 직무 여건과 예산 등을 검토한 후 임대 부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 배정으로 인해 이전 결정 권한은 중기부에 있어서 정치적 해석이 아닌 예산과 직원 근무환경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시기는 못박을 수 없지만 가급적이면 올해 안으로 이전 부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