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막판준비] '적자 늪' 실손보험, 더 큰 폭탄되나…점검 나선 금감원

새 회계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보험회사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 가운데 실손보험과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관련 내용은 별도 자료를 제출받아 살피고 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까지 IFRS17과 K-ICS 시행 대비 현장점검 관련 자료를 CPC(Central Point of Contact, 금감원·금융사 간 전산 자료 제출 시스템)로 요청해 제출받고, 이달부터 IFRS17 도입 관련 준비가 미진한 회사들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IFRS17 시스템 구축 현황과 시스템 검증체계 운영현황 △회계정책 수립현황 △경영진 보고현황 등 보험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상세하게 분석 중이다. 새로운 회계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준비 현황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차원이다.

특히 새 회계제도 도입 시 실손보험 산출 기준에 대한 정보를 별도 제출받았다. 구체적으로 1~4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현금 유입 및 유출 금액을 기재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적자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보험료를 인상했어도 3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이에 보험사들은 3세대 실손보험료를 10% 안팎으로 인상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회계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건전성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험개발원은 보험업계에 IFRS17이 도입되면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당기순익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IFRS17 도입에 따른 상품별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이 현재의 손해율이 유지된다면 IFRS17 도입 시 손실부담계약이 돼 보험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회계제도에선 선택 효과로 계약 초기에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계약 초기부터 손실이 발생한다. 실손보험은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큰 손실부담계약인 탓에 IFRS17에서는 향후 발생할 손실을 모두 당해연도 손실로 인식해야 해서다.

보고서는 “갱신형이면서 갱신보험료의 결정권이 보험사에 완전히 부여되지 않은 손실부담계약을 판매하는 것은 회사의 당기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실손보험과 더불어 약관대출 부분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기본적으로 IFRS17 도입 시 보험사에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현재와 같이 금리가 급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보험사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이같은 이유로 실손보험과 함께 살펴볼 대상으로 우선 선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