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제도ㆍ시장상황 종합해 수신금리 인상할 것"
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p)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예ㆍ적금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4일부터 거치식 예금금리는 0.50%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는 0.50∼0.70%포인트 올린다. 우리은행은 이달 13일부터 19개의 정기예금과 27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1.00%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한ㆍ하나은행은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 주 중에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매월 1회 이상 시장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하고 있다"며 "금일 결정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이 예ㆍ적금 유치경쟁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ㆍ적금 금리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기존 거래 고객을 유지하고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수신금리를) 올리는 것"이라며 "역머니무브(자산시장에 있던 돈이 은행으로 향하는 현상) 속도가 빨라 시중은행들이 거의 동시에 수신금리를 올린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나서 2주 정도 시간을 두고 (수신금리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695조830억 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과 비교했을 때 1조3679억 원 감소한 규모다. 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이 125조5620억 원으로 2조519억 원 줄어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견인했다. 이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움직임이 늘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값으로 결정되는데, 대출 기준금리에 기준금리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출평균금리는 최고점을 찍은 상황이다.
한은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23%포인트 상승한 연 4.76%이다. 이는 2013년 1월(4.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연내 8%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대출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 8월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제 역시 은행 수신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업계는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제에 따라 여·수신 금리차를 줄이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당국의 피감기관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 공시제의) 영향이 아예 없진 않고 기준금리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수신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수신금리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가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함이다"라며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은행의 예ㆍ적금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