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금리 인상 기조 성장주 둔화 의식…개인, 물타기·저점매수 전략 펼쳐
전문가, 성장주 상승 전환 시기 상조 분석…“어닝시즌, 불리한 환경 지속”
12일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은 가운데 개인들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던 직전 일주일간에도(10월 4~11일) 성장주를 꾸준히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성장주를 일제히 내다 팔고 개인들이 순매도한 반도체·2차전지주를 사들여 눈길을 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난 한 주간 순매도 상위 5개 종목에는 네이버(1위·7586억), 카카오페이(3위·468억), 카카오(5위·257억)가 올랐다.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 유력시되면서 자금을 뺀 결과로 분석된다.
통상 금리 인상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주가에 반영하는 ‘성장주’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와중에도 꾸준히 성장주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에는 네이버(1위·7034억 원), 카카오(2위·1013억 원), 카카오페이(5위·491억 원)가 올랐다. ‘카카오’ 3형제 그룹주로 묶이는 카카오뱅크도 6위(394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5일간 개인들의 순매수 1위는 네이버(6805억 원)인 반면, 외인들의 순매도 1위 역시 네이버(-7335억 원)였다.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성장주 둔화, 외인의 매도세, 네이버의 포쉬마크(Poshmark) 인수 등 악재가 연이어 겹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꾸준히 사모으면서 평균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 혹은 저점매수 전략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 기간 동안 각각 10.20%, 10.38% 하락했다.
문제는 성장주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오는 11월에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도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3.00%로 0.50%p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3%대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며, 지난 4·5·7·8월(6·9월은 금융안정회의)에 이어 5회 연속 금리 인상도 한은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사이클이 내년 1분기 말까지 지속돼 최종 연 3.7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성장주의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의 경우 그 성과가 유동성에 민감해 금리 인상에 매우 취약하다”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기업 실적 전망이 추세적인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어닝시즌에 기업들의 성장 둔화 시그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성장주에게 불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세가 조절되지 않는 한, 성장주에게 성장은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지만 매크로 환경을 감안하면 소위 성장주로 분류되는 네이버의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개인 순매도 상위 1~4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순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 상위 4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각각 6.03%와 마이너스(-) 8.60%로 외인이 개인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