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인력난 해소엔 도움, 조선업 발전엔 미지수"
조선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주 호황에 따른 건조 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조선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신속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12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술직 근로자는 747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3%(99명) 줄었다. 시점을 넓혀보면 기술직 근로자들의 감소 폭은 두드러진다. 2013년 2만3095명에 달했지만 2017년 8669명으로 1만 명 선을 밑돈 데 이어 꾸준히 줄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 4월 조선 분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했다. 특히 조선업 관련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쿼터제(제한)를 폐지했다.
애초 조선업 관련해서 용접공·도장공, 전기공학·플랜트공학기술자 등 4개 직종에 대해서는 쿼터제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수요가 가장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해 이를 폐지한 것이다. 다만 업체당 내국인 근로자의 20% 이내로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A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주 잔고가 꽉 차 있고, 건조 물량이 많이 확보된 상황에서 인력이 없어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급 정책이 조금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언어로 인한 소통 부재가 문제로 나오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국인과 동일한 안전교육을 하고 있고, 외국인 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열린 '전라남도 서남권의 조선산업 인력 정책 연구 토론회'에서도 외국인 수급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황기에 대규모로 인력을 고용했다가 불황기에 구조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면서 "단기 외국인 근로자로 시황 변동에 대응함과 동시에 국내 인력과 외국인 숙련공을 육성함으로써 적정 규모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업 특성상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언어장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중대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향후 한국 조선산업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서 일하다가 다쳐 산업재해를 승인받은 경우가 최근 약 3년간 2만1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300명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조선업) 업무의 숙련도가 중요하고 나아가 중대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현장의 노동여건을 고려한다면, 값싼 노동력 제공을 목적으로 다단계 하청구조를 용인하는 방식의 대안은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B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어느 정도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력들로 충원해야 할 것"이라며 "아예 용접조차 못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고, 언어적 소통 문제는 현재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사마다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C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선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 외국인 수급 정책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지금 외국인 채용을 통해 물량을 모두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향후 조선업 발전엔 도움이 될 수 있을진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