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장애인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장애인 인권에 관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은 같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 인간 존엄을 향한 끊임없는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참석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김조광수 감독을 중심으로 2011년부터 매년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해온 영화제다.
2018년부터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알리는 영화를 상영하는 ‘오픈 프라이드 섹션’을 신설해 양심적 병역거부, 동물권, 난민과 탈핵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올해 오픈 프라이드 섹션의 주제는 ‘장애’다. ‘원더', ‘사랑은 100℃’ 등 12편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장애인의 현실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파리행 특급 제주도 여행기’, ‘그럼에도 불구하고(부제: 향유의 집, 시설폐쇄의 과정)’ 등도 포함된다.
박 대표는 “1939년 나치는 티포(T4)라는 비밀프로그램으로 장애인 30만 명을 학살했다. '장애인은 무능력하다'는 비장애인 관점의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이 폐기된 것이다. 거기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도 포함돼 있었다. 공동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경험은 2022년도에도 한국 사회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라이드’라는 건 다양함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한 것이다. 그 측면에서 성 소수자 문제나 장애인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출근, 퇴근, 이동을 위해 ‘싸움’을 해야 하는 분들이 2022년,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영화를 통해 그 싸움에 연대하고 싶었다”고 올해 오픈 프라이드 섹션 주제를 ‘장애’로 정한 이유를 전했다.
박 대표는 “연대의 마음에 감사하다”면서 “영화제를 통해 선명하고 아름다운 화면에서 장애인의 현실을 다룬 영화가 상영된다는 게 너무나 기분 좋고 뿌듯하다”고 화답했다.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성 소수자와 장애인 이슈를 다룬 작품을 포함해 전 세계 39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133편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변성빈 감독의 ‘공작새’다. 성전환수술비용을 마련하려는 트랜스젠더 왁킹 댄서 주인공인 신명(해준)이 농악인이었던 아버지의 49재 추모굿에 참여하면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는 한국의 농악과 소고춤, 서양의 왁킹 댄스와 EDM 음악이 모두 아우러졌다. 이날 추가적으로 마련된 개막작 소개 자리에 참석한 배우 해준은 “강렬한 왁킹 댄스에 우리의 농악이 어떻게 스며들어 가는지 보여주는 과정이 우리 영화의 재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사임 사디크 감독의 ‘조이랜드’,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서아현 감독의 ‘퀴어 마이 프렌즈’ 등의 상영작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메가박스 성수에서 상영하며 다음 달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