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7165억 원)와 SK하이닉스(5255억 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삼성전자(-4566억 원)와 SK하이닉스(-3470억 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만 해도 외국인은 두 종목에 대해 강한 매도우위를 보였었다. 9월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8575억 원, SK하이닉스를 2269억 원 팔아치웠다. 이에 삼성전자는 –11.06%, SK하이닉스는 –12.71% 하락하며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 달 만에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전환한 이유는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져서로 풀이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모두 선 반영돼 지금이 저가 매수 시점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7배, SK하이닉스의 PBR은 1.05배다. 두 종목 모두 과거 역사적 PBR 밴드 하단에 해당하는 수치로,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내년 연말쯤 삼성전자의 PBR 배수가 역사적 평균치인 1.5 배에 도달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주가는 전저점(1.07 배)보다 40%가량 상승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여파를 국내 반도체 기업이 빗겨 갔다는 점도 매수세를 키웠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이어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전면 통제하면서 악재가 드리웠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일에만 19.89포인트(-0.90%) 하락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선 14.19%, 1년 전에 비해선 무려 31.14%나 폭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불황으로 알려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임에도 이달 들어 14.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3.95%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사도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수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메모리 공급 업체들이 자본 지출을 줄이고 가동률을 본격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내년 투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3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이미 주가는 반영해 왔고, 오히려 반등 시점이 언제일 것인가를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