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CS의 위기가 국내 금융사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은 권역마다 다르지만, 대개 국내 금융사는 CS와 직접 거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를 껴서 CS를 거래할 순 있으나 직접 할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금감원은 현재 업권별 CS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취합하고 있다.
앞서 CS는 영국의 금융 서비스 회사 그린실 캐피털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이 회사가 파산하면서 1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CS가 투자한 아케고스 캐피털이 파생상품 계약으로 큰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응하지 못해 파산하면서 55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투자에서 CS가 잃은 금액만 한화로 10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가 “CS 경영진이 재정 건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투자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CS가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시장에 나왔다. 또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직원들에게 “은행의 상황은 튼튼하다면서”도 “지금은 심각하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해 파산설에 무게를 보탰다.
이 탓에 3일(현지 시간) CS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35bp(1bp=0.01%p)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달 말보다 85bp 증가한 수치다. CDS 프리미엄이란 부도,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해 보상하는 파생상품의 수수료로, CDS를 발행한 기관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
증권가에서는 CS의 파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S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3.5%로 스위스 감독당국 최저규제 비율 10%, 글로벌 대형은행 평균 11%를 상회한다”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역시 각각 191%, 132%로 규제 비율 100% 및 글로벌 은행 평균 LCR 116%를 상회하여 안정적”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CS의 손실 완충력을 감안할 때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며 “단기적으로는 오는 27일 주주 신뢰 회복 조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CS가 파산하더라도 우리 금융권으로 부실이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금융사가 CS 파산으로 손실을 입는 경우는 △CS로부터 달러를 차입하기 위해 국채 등을 예치했거나 △CS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했을 때 등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거래를 위해 CS를 찾는 경우는 많이 없다”며 “미국계 금융사와 거래량은 많으나, 유럽계 많지 않다”고 했다.
다만 특정 금융사가 자산을 CS에 집중 예치를 했을 땐 어느 정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능성이 작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러시아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CSI) 지수에서 퇴출당했을 때도 그 전에 은행들이 정리 작업을 했다”며 “그런 소문이 돌면 발 빠르게 정리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