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의류 제조·판매 기업인 세아상역을 주축으로 하는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을 인수했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의류 사업을 위주로 성장해온 만큼 실제로 건설업과 어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14일 쌍용건설 최대 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가 된다.
글로벌세아는 주식매매금액보다 더 큰 규모로 쌍용건설에 증자를 하고 90%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두바이투자청과 합의했다. 두바이투자청은 주식매각 후에도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쌍용건설, 글로벌세아 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1998년 쌍용그룹 해체 이후 2002년 한국자산관리공사, 2015년 두바이투자청을 거쳐 24년 만에 국내 민간기업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사이 쌍용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02년 13위에서 올해 33위로 20계단 하락했으며 지난해 11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두 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던 쌍용건설은 이번 글로벌세아 그룹 편입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쌍용건설과 글로벌세아가 진출해 있는 지역이 다른 만큼 서로 미진출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상 의류 수출업체인 글로벌세아가 건설사인 쌍용건설과 실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글로벌세아 연결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의 86%를 세아상역이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세아상역이 곧 글로벌세아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을 인수하며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그나마 연관성이 있는 세아STX엔테크는 연 매출이 2000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글로벌세아가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동남아 시장에서 의류 수출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건설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인수후 건설 비전문가를 경영진에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류와 건설이 이질적인 분야이긴 하나 합병이 아니라 인수이기 때문에 기존 임직원들이 남아 있는 만큼 인수 자체가 쌍용건설에 어떤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가 되는 글로벌세아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보낼 경우 어느 정도의 수준의 전문가가 임명되고, 기업을 잘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