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은 넓고 긴 장강을 중심으로 한 수상전이었다. 평소 수상전 경험이 없는 조조의 군사들은 멀미가 심해서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이를 노린 유비의 첩자 방통의 계략에 조조가 말려든다.
방통은 몰래 조조에게 접근해 멀미를 없애주는 방법으로 배들끼리 묶어 출렁거림을 없애는 연환계를 제안했다. 조조는 기쁜 마음에 이를 받아들였지만, 계획에 따라 주유가 화공(火攻)을 펼치자 조조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잘 묶여 있던 배들은 불쏘시개처럼 타올랐다.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판교 SK(주)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방통의 연환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조조군을 연상케 한다. 데이터센터 분산이라는 기본에 소홀한 나머지, 한 곳의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자 카톡을 비롯해 카카오의 대부분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 서비스는 카카오의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먹통으로 인한 파장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그나마 빨리 정상화됐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사태 불똥은 전 금융권으로 튀었다. 금감원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회사에 대해 전산센터 화재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을 확인하고 외부 장애 발생 대비책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2014년 삼성SDS ICT 과천센터에 불이 나면서 삼성카드의 인터넷 결제가 중단됐다. 2018년에는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서울시와 경기도 일대의 통신이 1주일 이상 마비됐다. 당시 화재로 카드 결제가 막히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소상공인이 속출하기도 했다.
일단 은행권에선 현재 구축해 놓은 안전망에 대해 자신하는 모습이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데이터센터와 별도로 재해복구(DR) 센터를 운영하고, 데이터 백업을 통해 서비스 중단을 막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마다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기는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금융권의 사고는 금융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는 만큼 다시 한번 재난 사고 방지 및 대응 체계를 철저하게 들여봐야 한다.
이번 카톡 사태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선 데이터센터 분산은 물론이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한 추가 액션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