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⑩ 기술패권의 게임체인저, 양자기술을 잡아라!

입력 2022-10-20 05:00수정 2022-10-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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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미국, 양자암호기술은 중국이 선두…반도체 이후 패권 경쟁

“양자기술에서 미국의 우위는 취약하다.” 제이슨 매튜니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기술 및 국가안보조정관의 말이다. 2021년 12월 7일 하버드대학교 산하 벨퍼기술안보연구소는 ‘미·중 간 기술격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컴퓨팅(QIS), 반도체, 생명공학 등 21세기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의 중대한 경쟁자가 되었고, 이런 추세로 계속 가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간 기술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래 첨단기술 영역에서 미·중 간 기술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미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 제재를 통해 기술패권의 지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국가안보 차원 대응 中 기업 제재

2021년 11월 24일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12개 중국 양자컴퓨터 기업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의 양자정보기술이 첨단소재, 의약품 개발, AI 등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군사안보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은 미래첨단 모든 기술 분야에 걸쳐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양자정보기술이 미국을 추월할 정도로 기술 업그레이드가 빨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일반 레이더가 미국의 스텔스기 F-22, F-35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한다면, 중국이 개발한 양자레이더는 추적된 스텔스기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2011년 중국과학기술대학, 중국전자과기그룹 14연구소, 27연구소 및 난징대학 등이 공동으로 양자레이더를 개발했고, 세계 최초의 스텔스 방지 미터파 레이더 보유국이 되었다. 양자나침반은 적의 핵잠수함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알려준다. 이러한 양자레이더와 나침반 기술의 경우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래의 사이버 전쟁은 결국 양자정보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중 기술패권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벨퍼연구소는 양자정보 기술특허의 경우 중국이 미국을 앞서가는 형국으로 2012년까지 비슷했던 미·중 양자기술 특허가 2018년에는 중국이 1157건, 미국이 363건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자는 물리학에 있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 혹은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불연속적인 최소 단위의 물리량을 의미한다. 양자정보기술은 원자나 분자 등을 하나씩 조작해 나노 수준에서 제어하는 기술로 중첩과 얽힘, 관측의 영향에 따라 정보내용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통신이나 정보처리, 암호화 등 첨단군사기술에 적용될 수 있다. 미·중 양국이 경쟁하듯 국가안보산업으로 키우는 이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3월 초 국가안보전략회의에서 “양자컴퓨터와 AI가 경제안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중국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AI, 반도체, 양자정보기술을 ‘14·5 규획’ 동안 연구개발비용을 연평균 7% 이상 올려 세계 최대 양자정보기술 보유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의 본격적인 양자기술 패권경쟁을 알리는 시그널인 셈이다. 양자정보기술은 크게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슈퍼컴 1만 년 걸리는 연산, 양자컴퓨터는 200초

첫째,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예를 들어 2020년 10월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했다. 양자컴퓨팅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빗(qubit)은 양자 중첩된 확률적 상태를 포함해 4개의 정보를 한 번에 다룰 수 있다. 따라서 큐빗 수를 n개로 늘리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2의 n제곱 개로 늘어나기 때문에 연산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다.

둘째, 양자암호통신은 양자기술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의 암호키를 분배해 실어나르는 통신기술이다. 광자 하나에 1비트(bit) 정보를 보내고, 이 정보는 딱 한 번만 해석할 수 있다. 신호가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송신자와 수신자가 한 번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을 정하면 다른 사람은 절대로 열어볼 수 없다. 원천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고 감청이나 도청을 시도하면 바로 양자 상태가 바뀌어 그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양자암호통신을 가장 완전한 꿈의 통신기술로 부른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는 공격적으로 초고속 대용량 연산이 가능해 암호체계를 무찌를 수 있는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암호체계가 무너지지 않게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美 시커모어(Sycamore) vs 中 지우장(九章)

재미있는 것은 양자정보기술의 핵심 양대 영역인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에서 미국은 양자컴퓨터, 중국은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창이고 중국이 방패인 셈이다. 미국은 2009년 국방부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국가 양자정보 과학비전을 발표하며 양자컴퓨팅 기술과 양자통신 기술개발을 추진했고, 구글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양자 컴퓨팅 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 기업별 양자컴퓨터 특허의 경우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동안 양자컴퓨팅 기술 관련 특허 건수에서 미국이 2223건으로 2위인 중국(1978건)을 앞서고 있지만 매년 그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로 중국의 추월을 막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또한 양자 컴퓨팅의 상용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미국의 경쟁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2019년 10월 구글이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자체 개발했다. 그리고 1년 후 2020년 12월 중국과학원이 슈퍼컴퓨터로 6억 년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연산 문제를 200초 만에 풀 수 있다는 ‘지우장(九章)’을 개발해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바 있다. 시커모어보다 약 100억 배 빠른 ‘광학양자컴퓨터’를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6개월 후 중국과학기술대학이 66큐빗 양자컴퓨터인 ‘쭈충즈(祖沖之) 2호’를 개발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전도 양자컴퓨터로 부상했다. 구글을 뛰어넘는다는 66큐빗 양자컴퓨터인 것이다. 국제학회 및 우수등재 과학잡지에 발표된 양자컴퓨터 논문의 경우 미국이 4295건, 중국이 3706건으로 바짝 따라오고 있다. 중국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슈퍼컴퓨터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의 경우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미 2017년부터 세계 최대의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운영하며 엄청난 자금과 인적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양자암호통신 분야의 경우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 하드웨어는 화웨이, 베이징우전대학 등이 주도하고,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세계 1~5위까지 모두 중국기업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자암호통신 분야 특허의 경우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근 10년간 양자통신 암호화 관련 특허는 중국이 517건, 미국이 117건으로 중국이 4배 이상 더 많이 출원한 상태이다. 또한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지상 500㎞ 상공에 양자 위성통신인 ‘묵자호(墨子號)’를 발사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를 잇는 세계 최장 2000㎞ 구간에 유선망을 구축해 양자암호통신에도 성공한 바 있다. 미래 양자통신과 양자 인터넷의 현실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1월에는 ‘묵자호’를 이용해 베이징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7600㎞ 거리 신호 송수신이 가능한 대륙 간 양자위성통신에도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제안보 핵심 이슈로 대두

최근 중국이 양자 컴퓨팅을 통신, 센서, 레이더 등 군사적으로 응용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3.0시대를 맞이하며 중국은 양자정보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더욱 강력히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반도체를 넘어 펼쳐질 미·중 간 기술전쟁이 고도화하면서 글로벌 지경학적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자주기술과 역량이 없으면 꼼짝없이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에 희생될 수 있다. 정부는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2030년까지 양자기술 4대 강국(미, 중, 유럽, 한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중 기술추격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양자기술은 미래에 펼쳐질 글로벌 사이버 안보전쟁과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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