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인천을 비롯한 일부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때는 '핀셋규제' 운운하며 디테일한 정책을 내세웠던 정부가 정작 하락기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줄도산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로 전월(7월) 대비 1438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만7710가구)과 비교하면 84.77%(1만5012가구) 늘었다. 8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인천과 일부 지방 광역시의 경우 미분양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인천 미분양 주택은 지난 8월 1222가구로 조사됐는데 7월(544가구)에 비해 124.6%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전 31.2%(509가구→668가구), 부산 19.7%(1503가구→1799가구), 대구 10.3%(7523가구→8301가구)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한 달 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지만 정작 정부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있지만 이는 미분양 물량 해소보다는 앞으로 미분양 물량이 더 나오지 않도록 제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방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취·등록세를 감면해주거나 일시적 1가구 2주택 중복 허용 기간을 완화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리츠·펀드를 설립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와 지금의 미분양 주택 물량에는 차이가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말부터 7000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일부 지방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크게 증가했지만 전국적인 상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 미분양 중에서도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같은 경우 7000가구 정도로 계속 유지가 되고 있다”며 “지금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발생한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책임을 지되 앞으로 발생할 미분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사업관리를 못해 발생한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미분양 주택은 결국 사업자 책임이라 이명박 정부 때처럼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 관리를 철저히 하고 국토부나 정부에서는 앞으로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사들을 계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