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반심사 전환으로 심사 기준 강화 방침
카카오가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인수ㆍ합병(M&A) 중 90% 가량이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따지는 간이심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심사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등의 독과점 형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결합의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카카오·네이버 기업결합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8월~2022년 10월 카카오가 신고한 기업결합 62건 중 85.4%인 53건은 간이심사로 결합이 승인됐다. 최근 메신저, 메일 서비스 등의 '먹통 사태'를 계기로 '문어발식 확장(독과점 형성)'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의 기업결합 심사건 10 건 중 9건 정도가 신고 내용 사실 여부만 따지는 간이심사로 기업결합을 승인 받았다는 얘기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기에,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 플랫폼에 대해서는 간이심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가 5년여간 진행한 기업결합 62건을 통해 카카오와 지배관계가 형성된 기업은 91.9%인 57개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카카오에 시장 경쟁제한, 가격 인상 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
김상훈 의원은 "자유시장 경제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독과점 기업의 등장"이라며 "지난 정부는 간이심사를 통해 플랫폼 기업에 '문어발 프리패스'를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그동안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해온 플랫폼 기업의 이종(異種) 혼합형 기업결합 심사를 원칙적으로 일반심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서로 다른 여러 서비스를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키우는 플랫폼 고유의 특성도 앞으로는 경쟁 제한성 판단의 고려 요소로 볼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기업을 인수할 때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강화해도 이를 통해 기업결합 심사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7월 이뤄진 카카오 계열사의 기업결합 11건 중 7건은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7건 중 6건은 금액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강 의원은 "카카오 사태로 특정 기업의 독과점이 국민 경제와 일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며 "문어발식 확장의 폐해를 막기 위한 보다 더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