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1차현대’ 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최종 통과했다. 수직증축 방식은 사업성이 높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그간 리모델링 단지 사이에서 추진하기를 꺼려왔다. 이번 대치1차현대의 통과로 수직증축 방식이 확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 18일 대치1차현대 리모델링 주택조합에 2차 안전성 검토 통과 결과를 통보했다. 이 단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지하 1층~지상 15층, 120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18층, 138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대치1차현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2014년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이후 말뚝(pile) 공법 준공된 단지 중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건 처음”이라며 “향후 강남구 허가절차를 진행하면서 이주비 대출 관련 금융협의 등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리는 방식의 정비사업이다. 각 동에 2~3개 층을 추가로 올리는 수직증축 방식과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 방식이 있다.
수직증축 방식은 상대적으로 수평증축 방식보다 가구 수가 더 많이 늘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1차 안전진단 이외에 1·2차 안전성 검토 및 2차 안전진단을 시행해야 하는 등 통과 절차가 더 많고, 안전진단 등급도 B등급 이상으로 수평증축(C등급 이상)보다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현재 국내에서 수직증축 1·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서울 송파구 '성지' 아파트가 유일하다.
무엇보다 대치1차현대는 말뚝공법 방식으로 지어진 단지라는 점에서 이번 안전성 검토 통과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뚝공법은 지반에 말뚝을 박아 하중을 버티는 방식이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보조 말뚝을 추가로 보강해야 하지만 아직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아 이러한 방식으로 통과된 단지는 전혀 없다. 다만 성지 아파트는 단단한 암반지형 위에 있어 수직증축이 가능했다.
대치1차현대가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향후 수직증축 방식의 리모델링 단지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1차’, 강동구 길동 ‘길동우성’ 등은 지난해 1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고, 이외에도 송파구 송파동 ‘현대’,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 강동구 고덕동 ‘배재현대’ 등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공급 활성화를 위해 리모델링에 관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4월 발의된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리모델링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수직증축 방식의 경우 안전성 검토를 기존 2번에서 1번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특별법을 마련해 재건축처럼 주요 정비사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