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2일 최종 투표가 진행되기 직전 당 직원들에 이끌려 나갔다. 해당 영상을 보면 후진타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옆자리에 있던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에 뭔가를 묻기도 한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 주석은 후진타오가 서류를 만지려하자 막아서기도 했다.
후진타오는 2012년 10월 당 대회에서 시 주석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퇴임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후진타오 전 동료들은 체포됐고, 그가 이끌었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사실상 와해됐다. 정치적으로 ‘거세된’ 후진타오를 당대회에서 공개적으로 퇴장시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당 대회가 몇 주 혹은 몇 달 전 치밀하게 계획된 행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갑작스럽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진타오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진타오와 밀접한 사람들이 신속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는데 홀로 양성이 나왔다는 게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시 주석이 두려워하는 정보의 출현이다. 후진타오가 투표를 거부하거나 시 주석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됐을 가능성이다.
셋째, 계획된 시나리오다. 시 주석이 전임자를 공개적으로 모욕주기 위해 이미 짜여진 각본이라는 의미다. 후진타오를 공개 석상에서 모욕함으로써 오랫동안 당내 세력을 유지해온 은퇴 고위 관료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후진타오의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였다. 1인 집권 체제와 개인 숭배 경향이 짙은 시 주석의 중국과는 달랐다. 후진타오 재임 시절 부패 관련 보도가 증가했고,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가 늘었다. 시민사회 단체 및 NGO 그룹들이 활동 폭을 넓히기도 했다. 후진타오가 딱히 자유에 헌신했기 때문은 아니다. 당 관계자들이 노선 유지보다 돈 버는 데 관심이 많았던 덕분이다.
2013년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시절이 자유주의의 황금시대였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를 두고 그런 논평이 터무니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10년간 시 주석의 중국은 후진타오 시대가 그래도 자유롭고 개방적이었다는 ‘향수’를 갖게 만들었다. ‘자유주의 황금시대’를 구가하게 만들었던 후진타오가 잔인하게 퇴장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