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업체들이 내달 11일 열리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 특수를 노리고 있다.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가 독신자를 위한 세일을 매년 11월 11일에 열면서 중국 내 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잡으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다. 지난해 광군제 매출로만 165억 원을 달성한 라면업계 빅3는 최근 중국 내 한국 라면 인기가 치솟는 만큼 올해 광군제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하며 마케팅에 힘주고 있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국내 라면 3사의 광군제 매출은 누계 165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닭 시리즈’로 글로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지난 2019년 광군제 당시 7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86억 원, 지난해에는 110억 원으로 매출이 솟구치며 광군제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농심의 광군제 매출은 2019년 11억6000만 원에서 2020년에는 30억 원으로 1년 새 3배 뛰었고, 지난해에는 여기서 1.5배 더 뛴 45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쟁사보다 뒤늦게 광군제 마케팅에 나선 오뚜기는 지난해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내 한국 라면의 인기가 최근 급격히 높아지면서 라면업체들이 올해 광군제에 거는 기대는 높다. 본지가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라면업체의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수출액은 1억323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4% 늘었다. 지난 2015년 만해도 중국향 수출액은 2645만 달러에 그쳤던 만큼 7년 새 5배 가량 덩치가 불어난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인스턴트 라면 전체 수입액은 지난 2018년 1억8391만 달러에서 2020년 2억3946만 달러로 30.2% 뛰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 수입액은 9821만 달러에서 1억4994만 달러로 52.7% 솟구쳤다. 이에 따라 전체 라면 수입액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기간 53.4%에서 62.6%로 껑충 뛰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현지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라면 챌린지 등이 유행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식성이 비슷해 특히 매운맛 라면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라면업체들은 올해 광군제로 사상 최대 매출을 노리며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K라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삼양식품은 왕홍 라이브 방송과 제품 타임 세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과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며 고객 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틱톡 왕홍 숏클립과 점포라이브에 이어 사은품 증정을 계획하고 있고, 현지 온라인 플랫폼 샤오홍슈 내 콘텐츠 게시 등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해와 청도, 심양, 연변 등 중국에서만 총 4개의 라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농심도 광군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광군제를 맞아 농심은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안성탕면 등 인기 제품을 담은 광군제 세트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중국 소비자들이 농심의 주력 제품 8종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광군제 세트 제품도 준비했다. 농심 관계자는 “타오바오몰, 징동닷컴 등 중국 내 온라인 채널에서 판촉과 마케팅 활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해 징둥과 티몰, 핀둬둬 등 온라인 채널 프로모션과 중국 1위 인플루언서 리자치의 라이브 프로모션으로 재미를 봤던 오뚜기는 올해 역시 징동, 티몰, 핀둬둬, 티몰 등 주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라면순한맛, 진라면매운맛, 보들보들치즈라면, 김치라면, 옛날잡채 용기, 뚜기네분식집 쌀떡볶이 등을 집중 마케팅해 15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